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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he guilty

석전碩田,제임스 2019. 4. 3. 17:52

칠 전 이곳 블로그에 소개한 박선희 시인의 <스친다는 것> 시를 읽고 지인 한 분이 보내 온 댓글입니다. 무덤덤 깊은 맛이 쉽겠나요. ‘그 사람 진국이다해버리면 지루하다는 말과도 상통하고, 예리한 사람은 아프게 하고~~~”

 

런데 이 댓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이런 물음이 뜬금없이 떠 올랐습니다. ‘그 사람 오지랖이 넓다라고 하면 좋은 말일까 하는 물음 말입니다. 오늘 날과 같은 기계 문명 시대가 아닌, 인정이 통하는 사회에서는 참 괜찮은 인간상이었을 듯 싶은데 현대 사회에서는 그리 괜찮은 사람으로 취급받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저 내 할 도리만 잘 하고 내 영역 안에서 주어 진 일만 잘하고 다른 곳이나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고 관여하지 않는 삶이 최고의 삶입니다.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사회가 된 것이지요.

 

런 화두(話頭)를 던지는 영화 한 편을 씨네 큐브에서 감상했습니다. 지난 달 27일에 개봉된 덴마크 영화, <The guilty, 2018>였습니다.

 

찰 긴급 상황실에 근무하는 주인공이 하룻밤에 겪는 이야기를 다룬, 그리고 실제로 등장하는 인물도 상황실 안에 근무하는 동료 경찰관들이 모두 다일 정도로 너무도 심플한 구조의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영화를 감상하고 난 후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것일까.

 

으로 드러난 상황과 모습, 혹은 배경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했을 때 치명적인 오류가 생긴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일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자신이 생각하는 선이 실제로는 독단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로 이 사회를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내가 하는 것이 곧 정답이고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독선일 뿐이라고 말하려고 하는 것인가?


플한 영화의 구조에서, 결국 위에 언급한 의문문들이 생길 만 하도록 극적인 반전으로 관객을 충분히 긴장하게 만들고 재미를 주고 있지만 이 영화가 단지 그것을 말하려는 것일까?

 

는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처럼 행동하면 오지랖이 넓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은 소리는 못들을 텐데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대사들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이거 자네에게 정식으로 배당된 업무야?’

근무 중에는 사적인 전화는 받지 말라고 했잖아요

근무 시간이 끝났으니 퇴근이나 해

다음 근무조가 왔어, 이제 그만 하지 그래

 

리고, 이와 더불어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영혼 없는 표정과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반응들과 자신이 하는 일에 깊이 관여하면서 몰입되어 멍해지기까지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대비되는 장면은 롱 테이크로 잡아주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또 영화 전체를 차지했던 긴급상황실안 쪽의 칙칙하고 어두운 공간에서, 문 하나를 두고 바깥 밝은 곳으로 문을 열고 나가는 주인공을 오래 찍은 정지 화면과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해서 문을 박 차고 나가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독은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The guilty일까를 묻는 듯 합니다.  오지랖 넓게 사람들의 일에 관여하다가 정당방위가 되었든, 아니면 고의가 아니었든 사고를 친 게 나쁜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내 할 일만 영혼없는 자세로 딱 끝내고 퇴근해 버리는 사람들이 나쁜 것일까?

 

30년 전에, 감상했지만 장면이 너무도 강렬해서 ‘guilty’라는 영어 단어만 나오면 그 장면이 생각나는 영화의 대사가 생각이 납니다<깊은 밤 깊은 곳에>로 번역된 제목의 영화, <the other side of midnight>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Chatherin, Innocent or guilty?’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