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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Back to Burgundy)

석전碩田,제임스 2018. 6. 12. 14:00

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슬리퍼를 끌고 아내와 같이 광화문 씨네 큐브에 들러 영화 한편을 감상했습니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영화는 10년 만에 고향에 모인 줄리엣’, ‘제레미3남매가 아버지의 유산으로 남겨진 부르고뉴 와이너리에서 최상의 와인을 만들며 성장해 가는 삶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난 해 11월에 열린 프렌치 시네마 투어를 통해서 전국 7개 도시 CGV 아트 하우스에서 상영되었는데, 당시 제목은 원래 영화의 제목 그대로 백 투 버건디(Back to Burgundy)”였습니다. '버건디'는 부르고뉴의 영어식 표기입니다.

 

3 남매의 첫째 아들인 장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를 반기는 건 그동안 연락이 끊겨서 어색해진 동생 제레미와 여동생 줄리엣입니다. 그리고 4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연락도 없이 오지 않은 장남인 형과 오빠에 대한 원망을 쏟아냅니다.

 

제 아버지가 위독하여 병원에 입원 해 있고 할아버지, 아버지가 경작해 오던 포도 농장과 부르고뉴 와이너리가 유산으로 남겨져 세 남매가 이어받아 지켜나가야 할 상황입니다.

 

자 형제들은 와인 산업에 대한 훈련을 받았지만 장남은 아버지의 훈육방식 때문에 스스로 집을 뛰쳐 나와 전 세계를 떠돌며 살다가 이제 겨우 호주에서 정착해서 살고 있어, 어린 아들과 아내가 있는 호주로 다시 돌아가야 할 처지입니다. 막내 제레미는 처가 살이를 하면서 장인으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는 처지입니다. 둘째 쥴리엣만 그동안 고향에 남아 있으면서 아버지의 삶을 근거리에서 지켜 보며 아버지의 유산을 온전히 이어받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겨 놓은 유언은, 3남매 공동명의로 남겨 두어 세 명의 합의가 없이는 절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해 두었습니다.

 

런 상황 속에서 그동안 떨어져 살았던 삼 남매 혈육은 엎치락 뒤치락 갈등을 겪으면서 소통과 관계 회복을 해 나가게 됩니다. 각기 다른 성향과 상황의 세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서 무너졌던 형제로서, 한 가족으로서의 유대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체 스토리가 됩니다.

 

영을 위해서 1년에 걸쳐 부르고뉴 와인 양조장, 즉 버건디 와이너리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작품에는 사계절의 변화가 온전히 담길 수 있었습니다. 포도를 수확하는 장면에서부터 포도 나무 가지에 싹이 나고 순이 올라가는 장면, 포도가 영글어가는 장면, 양조장에서 숙성되어 가는 과정 등 실제로 프랑스의 와이너리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담겼습니다. 이런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려야 했지만 배우들에게는 4번의 촬영에 대한 정확한 날짜를 미리 정해줘서 별다는 어려움은 없었다고 합니다.

 

르고뉴의 사계절과 와인을 만드는 모든 장면이 담겨 있어 와인 애호가나 프랑스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흥미가 끌릴 듯 합니다.

 

독 세드릭 클라피쉬가 자신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했듯이, 이 영화는 오늘날의 프랑스를 잘 보여주는 영화임과 동시에, ’열 살 짜리 꼬마도 이해할 수 있게 재미있고 쉽게 만들어 진 영화입니다.

 

찌 보면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 영화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성장기 부모의 훈육방식에 따른 상처입은 내면 아이 때문에 방황했던 성인이 자기 속에 있는 내면 아이를 불러내어 만나면서 화해 하는 과정을 다룬 심리 치료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프랑스 동부 지방인 부르고뉴 지방과 그곳에 있는 와인 산업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인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편안하게 영화를 감상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극상의 포도주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 삶에서 관계와 사랑이 영글어지기 위해서도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는 귀한 삶의 교훈을 느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수작(秀作)의 영화입니다


 런닝타임 : 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