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만나는 사람은 '친구'이며, 이유가 없으면 만나지 않는 사람은 '지인'입니다. 그리고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 미야자키 하야오 -
굳이 친구와 지인을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대로, 세분을 하게 되면 지인과 친구는 이유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꼭 이유가 없더라도 생각나면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도 아무 허물이 없는 사이가 친구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친구들 중에서도 특별히 더 많이 보고 싶고 특별히 더 많이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친구들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고 더 자세하게 세분한다면 쓸데없는 일일까요? '좋아하는 친구'는 이유없이 만날 뿐 아니라, 만약에 이유가 없다면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만나고 싶은 친구라는 뜻입니다.
지난 주말, 좋아하는 몇몇 친구들이 의기투합하여, 만나야 하는 핑곗거리, 즉 이유 하나를 일부러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함께 만나서 1박 2일,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 일상의 제 자리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대전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한 친구가,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 사정이 생겨 갑자기 그만두게 된 전직 교장을 대신하여, '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되었는데, 그걸 축하 하는 자리를 일부러 만들어 본 것입니다. 축하하려면 SNS를 통한 말보다는 얼굴을 직접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어느 한 친구가 제안하는 바람에 부산, 서울, 대구, 고향인 성주, 김천, 구미에서 친구가 있는 대전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모였던 것이지요. 소위, 벙개 축하 모임을 한 것입니다.
친구가 근무하는 학교 교정에 모여 차 한 잔을 하면서 축하하는 시간은 어쩌면 그저 핑계일 뿐이었습니다. 함께 맛있는 식당에서 푸짐한 만찬을 든 후, 대청호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시골 마을의 주택으로 갔습니다. 어릴적 우리 모두가 살았던 시골 마을을 생각나게 하는 근사한 기와집 내부를 잘 개조해서 만든 시골 주택은 우리의 추억 만들기를 위한 공간으로는 최고 장소였습니다.
대청호 호수를 거닐면서 함께 나눈 이야기들, 그리고 늘 해도 새록 새록 옛 추억들이 살아나게 하는 우리들의 사연들. 행복했습니다.
친구가 우리들을 위해서 예약해 놓은 근사한 바베큐 전문 식당인 the lee's에서의 다음 날 오찬은 마치 우리가 최고의 VIP 손님처럼 대접 받는 듯해서 더욱 더 행복했지요. 시원하게 불어오는 대청호의 청량한 바람을 맞으며 드 넓은 정원에서 이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끊어질 줄을 몰랐습니다.
비오는 월요일 아침, 지난 주말에 있었던 친구들과의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이렇게 사진과 글을 정리하면서 또 한번 아련한 행복감에 젖어봅니다.
친구들아, 늘 건강하고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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