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내 마음의 창고에 간직되어 있던 <노란리본 마을 - 구쩡>

석전碩田,제임스 2014. 8. 19. 14:31

<구쩡>...경북 수륜면에 있는 작은 마을 이름입니다.  어릴적 아버지 손을 잡고 몇 번 따라갔던 적이 있는 마을인데, 지금까지 내 추억 속에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마을이 있고, 그 중간에 뚝방 길을 따라 나 있는 마을 진입로 중간에 그림같은 큰 정자 나무가 있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린 마음에도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리가 내려야 할 곳이 어딘 지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마을 입구 정자 나무가 명물이었던 마을.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아버지도 돌아 가시고, 또 머리를 두고 찾았던 구쩡 마을의 종갓댁 장손, 고종 사촌 형님도 일찌기 세상을 떠나면서 구쩡 마을은 내 기억 속에서도 잊혀져 간 마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수륜면쪽으로 가는 일이 있을 때마다 정자 나무가 서 있는 마을을 보면 혹시 저 마을일까 하면서 두리번거리면서 찾곤 했던 마을이 바로 구쩡 마을입니다.


그러다, 도회지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면서 팝송에 눈을 뜨면서 7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던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라는 노래 가삿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마음 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구쩡 마을 앞의 그 근사한 정자나무였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감옥에서 3년을 복역한 기결수 남편이 시외 버스를 타고 가면서 버스 속에 탄 다른 승객에게 들려 준 자신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아내에게 '아직도 날 사랑한다면, 아니 아직도 나를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면 마을 동구밖에 있는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하나 매달아 달라 했는데, 만일 노란 리본이 없으면 자기는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해, 버스를 내리지 않고 지나가겠다'고 고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버스 안의 승객 모두는 기대를 가지고 마을 앞 큰 나무에 달린 리본 하나가 있기를 기대하며 달립니다.  다 함께 가슴 졸이던 승객들은 산허리를 돌아 마을이 보이는 지점에 도달했을 때, 환호성을 지릅니다.  떡갈 나무에 노란 리본 하나가 펄럭이기를 바랐던 기대와는 달리, 노란 리본이 빽빽하게 그 큰 나무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이 노래를 들을 때 마다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이 구쩡 마을의 커다란 정자 나무였으니, 저 자신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중학교 1학년 무렵, 리어카를 밀고 가다가 앞에 있는 돌맹이를 보지 못하고 부딪히는 바람에 부서진 이빨을 치료하기 위해서 당시 시골 마을에 칫과를 개업하고 있던 어느 분의 치료를 받기 위해서 구쩡을 찾았던 것이, 아마도 내가 구쩡 마을을 찾았던 마지막 방문이 아니었나 기억됩니다. 그러니까 40년 전의 일이지요.


이번에 벌초를 위해서 고향에 내려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같은 마을 친구와 같이 작정을 하고 그 구쩡 마을을 찾아 나섰다가 40년 전 내 이빨을 치료해 준 의사 선생님도 만나고, 또 그 마을의 대종손으로 살았던 고종 사촌 형님의 옛 집을 다시 한번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오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아쉽게도 마을 어귀에 서 있던 그 멋진 정자 나무는 오래 전 베여졌다고 하더군요. 나의 추억 창고 가장 아랫쪽을 차지하는 <정자 나무가 있는 멋진 마을>이었는데 이젠 넓다란 길이 뚫렸고 마을 안 쪽으로 어르신들이 소일할 수 있는 정자가 세워져 그 정자 나무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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