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중앙 아시아 키르키즈스탄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이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중앙
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키르키스스탄은 천산(天山) 산맥 등 10 여 개의 산맥과 산으로
이루어진 산악 국가이면서 중국,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둘러 싸여 있
는 작은 나라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박사 과정 공부를 하고 있는 이웃 사촌인 아야나의 나
라일 뿐 아니라, 지금 수도 비쉬켁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오랜 친구 가족이 있기도해서, 연
일 방송과 신문에서 키르키즈스탄에 관한 보도를 할 때마다 귀가 쫑긋해집니다.
키르키즈스탄은 '키르키즈의 나라'라는 뜻이고 <키르키즈>는 '40개의 부족'이라는 뜻이라
고 합니다. 먼 옛날에 날개 달린 말을 탄 영웅 마나스가 주변 민족과 싸우기 위해 40개 키
르키즈 부족을 통합했다는 전설에서 비롯됐고, 그래서 이 나라의 국기에는 태양이 40개의
햇살로 장식되어 있기도 하지요.
키르키즈인은 기원 전 시베리아 예니세이강 일대에서 살던 수렵 민족의 후예들입니다. 이
들은 9 세기에 위그루 제국을 무너뜨리고 몽골 고원을 장악했지만 타타르인에게 축출되었
고, 16 세기 쯤에 지금의 위치로 이주해 왔습니다. 농지가 절대 부족한 탓에 목축업이 발달
했습니다. 키르키즈의 '유르트'는 몽골의 '게르'와 함께 대표적인 유목민 천막으로 유명합
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멜더스는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특별히 키르키즈인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키르키즈인의 불타는 듯한 자유독립정신은 어느 누구도 다른 사
람의 일꾼으로 일하게 하지 않는다." 즉, 남에게 예속되지 않는 유목민의 자유정신을 잘
설명하는 표현일 것입니다.
매년 이맘 때면 키르키즈의 산과 들에 야생 튤립이 만발합니다. 1991년 소련 해체 후 장기
집권하던 아스카르 아카예프 대통령을 2005년 3월 권좌에서 축출한 시민혁명을 <튤립혁명>
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시민들의 도움으로 집권한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대통령은 무
능하고 부패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모양입니다.특히 올해초에는 공공요금을 대폭
올리고, 세금을 올리는 등 경제실정(經濟失政)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했습니다. 5년 전
과는 달리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여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 때처럼 튤립 꽃 향기는 온데 간데 없어 큰 걱정입니다. 고국을 떠나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야나의 마음이 어떨까 염려되고 또 안타깝습니다. 조속히 정국이 안정되길 기도하
는 마음이 있습니다.
*
엊그제 한식일에는 하루 연가를 내서, 매년 그랬던 것처럼 아내와 함께 고향을 찾아 뒷
산에 있는 선산을 한 번 둘러 보고 돌아 왔습니다.
2 주 전 일본을 방문하여 어머니가 살았던 동네를 방문했던 사실, 그리고 둘째 홍찬이가
대학을 입학하여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였다는 등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아버지 어머니
가 합장으로 누워 계신 산소 앞에서 주절 주절 털어 놓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시골마을은 봄이 되면 여러가지 봄꽃들이 마을 주변에 피면서 그야말로
꽃대궐을 이룹니다. 특히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우리 집을 마을 어귀에서 바라보면, 대
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대나무 사이 사이에 복 사꽃이 연분홍 물감을 찍어 놓은
듯 하얀 빛을 발하면서 흐드러지게 피는 모습이 정말 이뻤지요. 올해는 때가 좀 이른 탓
인지 아직 본격적인 봄꽃의 향연은 펼쳐지지 않고 있어 아쉬웠습니다.
<마을 뒷산에서 바라 본 고향마을의 풍경, 막 꽃이 피기시작한 매실꽃과 개나리 꽃>
<무덤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수줍은 듯한 할미꽃의 모습이 정겹다>
*
곳곳에서 봄 소식이 들려 오고 있는 이즈음이 되면 봄처럼 부지런하라고 노래한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 이라는 시가 생각이 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을 봄 속에서 느끼면서, 그 위대한 생명력을 대(代)를 이어 전하면서 겸허하게 주어
진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봄을 맞는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멋진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와라.
▣ Anywhere Is sung by Enya
I walk the maze of moments
But everywhere I turn to
Begins a new beginning
But never finds a finish
난 순간순간의 미로를 걷고 있어
하지만 어디로 발길을 돌리더라도
늘 처음으로 돌아와 버리고
끝을 찾지 못해
I walk to the horizon
And there I find another
It all seems so surprising
And then I find that I know
지평선을 향해 나아갔지만
그 곳에는 또 다른 지평선이 있었어
모든 게 놀라울 뿐이야
그때서야 난 알았어
You go there you're gone forever
I go there I'll lose my way
If we stay here we're not together
Anywhere is
그 쪽으로 가는 당신은 영원히 사라지고
난 내 갈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 버리지
우리가 여기 있다 해도 함께 있는게 아냐
그 어디에 있다 해도 말이야
The moon upon the ocean
Is swept around in motion
But without ever knowing
the reason for its flowing
바다 위에 떠 있는 저 달은
움직임에 휩쓸려 흘러 가지만
달이 흘러가는 이유를
알지 못하지
In motion on the ocean
The moon still keeps on moving
The waves still keep on waving
And I still keep on going
바다의 움직임 속에
달은 그저 계속 움직일 뿐이고
물결은 계속 파도 치고
난 여전히 계속 나아가는 거야
You go there you're gone forever
I go there I'll lose my way
If we stay here we're not together
Anywhere is
그 쪽으로 가는 당신은 영원히 사라지고
난 내 갈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 버리지
우리가 여기 있다 해도 함께 있는게 아냐
그 어디에 있다 해도 말이야
I wonder if the stars sign
The life that is to be mine
And would they let their light shine
Enough for me to follow
저 별들이 정말 내 인생을
나타내고 있는지
저 별들을 내가 따라 갈 수 있도록
충분히 밝게 빛나는지 궁금해
I look up to the heavens
But night has clouded over
No spark of constellation
No Vela no Orion
하늘을 바라 보지만
밤하늘은 구름으로 찌푸려 있고
별자리의 광채도
벨라, 오리온 자리도 보이지 않아
The shells upon the warm sands
Have taken from their own lands
The echo of their story
But all I hear are low sounds
따뜻한 모래 사장 위의 조개는
고향으로부터 떠밀려 와서
겪어온 이야기로 메아리치지만
내게는 작은 소리밖에 안들려
As pillow words are weaving
And willow waves are leaving
But should I be believing
That I am only dreaming
꿈결같은 소리가 엮어 지고
버들처럼 흩날리는 파도가 떠나가지만
난 그저 꿈을 꾸고 있다고
믿어야 할까
You go there you're gone forever
I go there I'll lose my way
If we stay here we're not together
Anywhere is
그 쪽으로 가는 당신은 영원히 사라지고
난 내 갈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 버리지
우리가 여기 있다 해도 함께 있는게 아냐
그 어디에 있다 해도 말이야
To leave the tread of all time
And let it make a dark line
In hopes that I can still find
The way back to the moment
일련의 시간을 거역하고
암흑으로 들어갔어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서 말이야
I took the turn and turned to
Begin a new beginning
Still looking for the answer
I cannot find the finish
방향을 바꾸었지만
다시 처음으로 들어서 버리고
여전히 해답을 찾고 있어
끝을 찾을 수가 없어
It's either this or that way
It's one way or the other
It should be one direction
It could be on reflection
이 길 아니면 저 길
이 쪽 아니면 저 쪽
가는 길은 한군데 일거야
굽이진 길에 있을지도 모르지
The turn I have just taken
The turn that I was making
I might be just beginning
I might be near the end
내가 택했던 그 길은
내가 돌아선 그 길은
단지 시작일지도 몰라
어쩌면 끝에 다다랐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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