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隨筆 · 斷想

가을, 독서의 계절에

석전碩田,제임스 2008. 10. 29. 18:34

지난 주 점심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구내 서점 특가도서 판매코너에서

몇 권의 책을 구입했습니다. 비록 신간 서적은 아니지만 대폭 할인된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지 모릅니다.

 

이 날 구입한 책은 주로 빅터 프랭클이 쓴 <로고 쎄라피>와 관련된 책 몇 권과

신영복의 책 <나무야 나무야>입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서> <의미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

이번 주간 내내 이들 책들을 읽으면서 독서의 즐거움에 빠져있습니다. 특히

삶을 살아가면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야 말로 얼마나 중요한지, 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절절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는 픽터 프랭클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인생이 명백히 무의미하다고 절망 속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도와야할까. 전

통적인 가치들이 쇠락하고 있는 지금도 의미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삶은 각기 삶의 상황이 독특하고 유일하기 때문에, 의미의 상황도 각기 독특

하고 유일하다.  본능과 전통적인 가치들은 유전 인자를 통해 유전되겠지만, 

의미는 독특하고 유일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발견에 달려 있다. 의미는 스스

로 구하고 찾아야 한다.  그런 유일한 의미의 발견은 모든 우주의 가치들이

사라진다 해도 가능한 것이다."(<의미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 본문 중에서)

 

또 한 권의 책, <나무야 나무야>는 오래전 읽었던 책이지만, 싸게 구입한 기

념으로 또 한번 읽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국토의 구석 구석을 찾아가서 그곳

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저자의 치열한, 삶을 향한 숨결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몇 주 전, 교회 새가족부 세미나를 위해서 하루 연가를 내고 다녀왔던 강화군

하일리.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라지요. 이곳에서 했던 그의 

묵상 글을 읽으면서 결연한 그의 삶의 의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강화로 찾아든 학자, 문인들이 하일리의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하였던 것이

바로 이 황하의 긴 잠류였으며 일몰에서 일출을 읽는 내일에 대한 확신이었

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황하의 오랜 잠류를 견딜 수 있는 공고한 신념, 그리고

일몰에서 일출을 읽을 수 있는 열린 정신이 바로 지식인의 참된 자세인지도

모릅니다. (중략)

 

북극을 가르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

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

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서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읽어 준 이 간결한 글만큼 지식인의 단호한 자세를 피력한 글을 나는

이제껏 알지 못합니다. 당대의 가장 첨예한 모순을 향하여 서슬 푸르게 깨어

있는 정신이야말로 한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을 가리는 가장 확실한 지표라

고 생각됩니다." (<나무야 나무야> 본문 중에서)

 

*

 

이 깊어 가는 가을, 여러분은 어떤 책을 벗 삼고 있습니까?

 

▣ She Sung by Elvis Costello

 

She maybe the face I can't forget 

A trace of pleasure or regret 

Maybe my treasure 

or the price I have to pay 

She maybe the song 

that summer sings 

Maybe the chill 

that autumn brings 

Maybe a hundred different things 

within the measure of a day 

  

그녀의 얼굴을 아마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기쁨의 자취 또는 후회의 흔적이겠지요 

아마도 나의 보물 

아니면 내가 치러야 할 대가일지 몰라요 

그녀는 아마 여름에 들려오는 

노래일지 몰라요 

아마도 가을이 가져다 주는 

서늘함 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하루에도 수백번 일어나는 

다른 존재일 수도 있겠지요 

 

She Maybe the beauty or the beast 

May be the famine or the feast 

May turn each day 

into a heaven or a hell 

She may be the mirror 

of my dreams 

The smile reflected in a stream 

She may not be 

what she may seems 

Inside her shell 

  

그녀는 미녀이기도 하고 야수이기도 해요 

굶주림일 수도 있고 향연일 수도 있지요 

매일 매일 천국으로 변하기도 하고 

지옥으로 변하기도 한답니다 

그녀는 아마 내 꿈을 비추는 

거울인가봐요 

시냇물에 비쳐지는 미소일 수도 있구요 

아마도 마음속에 숨겨진 그녀의 모습은 

겉으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과는 

다를지도 몰라요 

 

She who always seems so happy 

in a crowd 

Whose eyes can be so private 

and so proud 

No one's allowed to see them 

when they cry 

She may be the love 

that cannot hope to last 

May come to me 

from shadows of the past 

That I'll remember 

till the day I die 

 

그녀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 속에서는 

행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눈은 너무 비밀스럽고 

너무 자신에 차있어서 

그 눈에 눈물이 흐르는 모습은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아요 

그녀는 아마도 지속되기를 바랄 수 없는 

그러한 사랑인가 봐요 

과거의 그림자로부터 찾아온 

소중한 사랑일지도 모르죠 

내가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할 그런 사랑이예요 

  

She May be the reason I survive 

The why and wherefore I'm alive 

The one I'll care for 

through the rough and ready years 

Me I'll take her laughter 

and her tears 

And make them all 

my souvenirs 

For where she goes 

I've got to be 

The meaning of my life is 

She, she, she 

     

그녀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르죠 

내가 살아있는 이유는 

그녀가 험난하고 긴긴 세월동안 

내가 돌봐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예요 

나는 그녀의 모든 웃음과 

눈물을 받아들이겠어요 

그리고 그것들 모두를  내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거예요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어디에든 

나는 가야해요 

내 삶의 의미는 

바로 그녀, 그녀, 그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