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

몽골 해외 봉사를 다녀와서

석전碩田,제임스 2008. 2. 14. 15:04

지난 7, 여름방학 기간에 나는 하계방학 중 몽골 해외봉사단 학생 60명과 함께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2주간의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 온 지 벌써 두 달이 거의 지나가지만 아직도 그 몽골에서의 시간들이 생생하게 내 기억 속에서 새롭다.  

 

매년 20명이 한 팀이 되어 파견되었던 몽골봉사단은 올해 3개 팀을 한꺼번에 편성해서 같은 기간동안 같은 지역에서 활동을 했다. 그동안 여러 나라의 해외 봉사활동을 평가해 본 결과, 몽골 해외봉사단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동을 해 왔다는 자체 평가에 따라, 몽골제국 800주년이 되는 2006년에 대거 3 개팀을 편성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봉사활동의 극대화를 위해서 학교의 국제교류센터에서는 우리가 떠나기 한 달 전에, 그동안 4년 동안의 봉사 활동의 경험을 살려, 봉사활동을 펼칠 지역의 구청과 미리 자매 결연을 맺었고, 그 구청에서 추천해 준 세 군데의 학교(초중고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봉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게 올해 봉사 활동의 성과라면 성과라고 하겠다.  

 

우리의 봉사내용은 크게 교육봉사활동과 정보화 컴퓨터실을 마련해 주는 활동, 그리고 문화 봉사활동 등이었다. 현지에서의 봉사활동은 불과 2주일간이었지만, 봉사단이 꾸려진 후 준비하는 기간까지 합하면 거의 한달 반 동안을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면서 봉사활동을 한 것 같다.

 

폐기처분을 하기에는 아직까지 쓸만한 중고 컴퓨터를 수집하는 일은 봉사활동 준비기간 동안 우리가 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다. 우리 봉사단이 중고컴퓨터를 수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 온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멀리 강남 어느 골목길에서부터 강북에 사는 어느 동문 선배님의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열심히 중고 컴퓨터를 수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이곳 저곳에서 수집된 컴퓨터들을 일일이 점검하면서 수리하여 깨끗한 외장으로 갈아 입혀 새 것과 다름없는 컴퓨터로 만드는 작업도 우리 학생들의 몫이었다. 거의 한 달 정도 동안 이렇게 수집한 근사한 중고 컴퓨터가 20여대가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교육봉사활동을 준비하기 위해서 한국어 교육조와 미술교육조를 편성해서 학용품을 구입하고 한국어 중고 교과서를 수집하는 일, 또 문화 봉사 활동의 일환으로 계획한 한-몽 문화 페스티벌 준비를 위해서 태권도와 풍물놀이를 다 함께 연습하던 시간 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드넓은 초원과 유목민, 그리고 때 묻지 않은 사람들의 인심과 우리의 60년대와도 같은 시내 풍경들이 몽골을 특징짓는 단어들이다. 한반도의 7배가 넘는 넓은 땅이지만, 인구는 고작 280만 밖에 되지 않고 풍부한 부존자원은 있지만, 개발할 의지와 자금이 부족한 나라, 몽골. 그러나 2주간의 봉사활동 후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인상은, 이런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수치들로 이해되는 몽골이 아니라, 포근한 내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자매결연 구청인 성근하이르구청(區廳) 관내에 있는 9학교, 65학교, 69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그 선한 눈동자와 예쁜 표정들, 그리고 우리를 향한 무조건적인 애정 표현들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들의 그 착한 모습이 마치 내 형제 자매처럼 느껴지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떠나 올 때 늦은 시간이었지만 공항 로비에까지 나와서 아쉬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  

 

어느 날 늦게까지 봉사활동을 한 후 늦은 저녁 식사를 한 후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서 밖을 나섰을 때, 흩뿌리는 빗줄기 사이로 하늘 가득하게 쌍무지개가 뜬 멋진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여름철에는 밤 11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을 보이는 곳이 몽골인지라, 저녁 9시 경에 동쪽 하늘에 걸린 멋진 무지개는 우리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고된 봉사활동으로 지쳐있는 우리들을 내려다 보면서, 감동의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 듯. 몽골 사람들이 우리 한국인을 부르는 말이 솔롱고스이다. 무지개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또 주말을 이용해서 방문했던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70명의 우리 봉사대원들이 한꺼번에 말을 타고 들꽃들이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푸른 초원을 달렸던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 같다. 처음 테를지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계획이 일정에 포함된 걸 알았을 때에는 봉사 활동의 피로를 씻기 위해서 주말을 이용해 약간의 휴식을 맛보는 계획이려니 생각했으나, 막상 그곳에 도착한 후에는 모든 게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70마리의 말을 우리 모두가 함께 타고 그 넓은 초원을 달리면서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멋진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이 지면을 통해서 밝히고 싶은 것은, 그동안 4년 동안의 몽골 봉사단 활동의 중심에는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홍익 동문 한 사람의 숨은 수고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78학번 국어교육과 방원규 선배님. 그리고 그런 곳에서까지 홍익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 동문 사랑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했고 또 뿌듯하게 했다.  

 

이번 여름 몽골에서의 해외봉사활동은 내 마음 속에 제 2의 고향을 만들어 준 너무도 보람있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