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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카핑 베토벤>을 감상하고..

석전碩田,제임스 2007. 10. 16. 23:14

랜만에 이른 시간에 퇴근하여 아내와 가까운 극장을 찾아 영화 한편을 감상했습니다 

 

<카핑 베토벤>.


봉 전 일간신문 새로 개봉될 영화 소개란에 소개된 영화 기사를 읽고 개봉되면 꼭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주로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9번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컴팩트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클래식 음악 영화를 심플하게 처리하여, 음악의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도 시간이 언제 지나갔나 할 정도로 몰입되도록 하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베토벤의 웅장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이 영화를 보는 이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보너스입니다. 

 

200년만에 밝혀지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탄생의 비밀

영화 <카핑 베토벤>은 베토벤이라는 한 영웅의 일대기나 기괴한 천재성에 촛점을 맞춘 여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그의 마지막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손꼽히는 '9번 합창 교향곡'의 탄생 뒤에 숨겨진 비밀의 여인 '안나 홀츠'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놓습니다. 영화 <카핑 베토벤>은 이 미스터리를 토대로 9번 교향곡 초연 당시, 그가 우뢰와 같은 박수 소리를 듣지 못하자 무대에 있던 한 여성이 올라와 그를 관중을 향하게 하여 열화와 같은 성원에 응답하게 했다는 일화를 재구성하여 미스터리의 비밀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토벤과 그의 뮤즈 안나 홀츠의 이야기 <카핑베토벤>. 영화를 감상하고 나왔을 때 영화 한편을 본 느낌 보다는 음악회를 감상하고 나온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특히 '합창 교향곡 9' 초연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의 전율을 온 몸으로 느끼게 했고, 베토벤과 안나 두사람의 대사와 행동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탄성을 자아 내게 했습니다 

 

토벤 역의 "에드 해리스" 의 연기는 정말 베토벤을 눈앞에서 보는 착각을 갖게 할 정도였습니다()이 선택했다는 그가 정작 자신만은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온통 신의 언어인 '음악'으로 가득차 있고, 그가 살아 숨쉬는 이유가 된다고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한 사람 진정한 예술가의 면모와 인간적인 면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 실존 예술가가 느꼈을 슬픔과 고뇌, 그리고 행복과 환희, 이 모든 것을 어찌 다 한 편의 영화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카핑 베토벤>은 나름대로 차분하게 충실히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화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되는 신을 찬양하는 음악인 현악 사중주곡 op. 132'Canzona di ringragiamento, Molto adagio - Sentendo nuova forza, Andante'가 연주될 때에는 신을 향해서 울부짖는 베토벤의 맑은 영혼의 일면을 엿 볼 수 있어, 당시 주류 종교계로부터 '이단'이라든지 실성한 사람쯤으로 왕따당했던 걸 생각하면, 한편으론 싸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안나 홀츠는 실존한 인물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 허구로 설정해 놓은 인물입니다그렇지만 허구의 인물을 통해서 베토벤의 천재성과 기괴성, 그리고 신을 향한 고뇌와 울분 등 한 사람 예술가가 갖는 온갖 감성들을 풀어내는 구성이 탄탄하게 드러나는 수작(秀作)의 영화입니다 

 

가을 클래식 음악의 선율 속으로 빠져들어 보시길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