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2

오갈피를 자르며 / 면례(緬禮) - 김영석

오갈피를 자르며 - 김영석 가을 햇볕이 아늑한 소나무 장작가리 옆에 앉아 약에 쓸 오갈피를 자른다 철마다 몸살 하며 꽃 피고 열매 맺던 오갈피는 이제 한살이를 마치고 탕관 속에서 솔바람 소리를 내며 바람결처럼 병을 쓰다듬는 쓰디쓴 한잔의 물이 되리라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면 삶이란 물결 지며 흘러가는 강물이구나 슬픔도 기쁨도 괴로움도 크고 작은 물이랑으로 흐르는구나 강물이 어찌 물결도 없이 고요히 멈추어 흐를 수 있으랴 삶이 곧 병이고 병이 곧 물결인 것을 햇볕 든 소나무 장작가리 옆에서 따뜻하게 흘러가는 쓰디쓴 물을 새삼 다시금 바라본다. - 시집 (시학, 2011) * 감상 : 何人 김영석. 1945년 전북 부안군 동진면 본덕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전주 북중학교와 전주고를 졸업하 고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에..

단추를 채우면서 / 직소폭포에 들다 -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든다는 걸. - 시집 (창작과비평사,1998) * 감상 : 천양희 시인. 1942년 1월 부산 사상에서 태어나서 경남여중고,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65년 대학 3학년일 때 당시 연세대 교수였던 박두진 시인이 발행하던 당시 유일한 문예지 추천으로 '庭園 한때', '아침', '和音'을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