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3

환하다는 것 - 문 숙

환하다는 것      - 문숙   중심이 없는 것들은 뱀처럼 구불구불   누군가의 숨통을 조이며 길을 간다   능소화가 가죽나무를 휘감고   여름 꼭대기에서 꽃을 피웠다   잘못된 것은 없다   시작은 사랑이었으리라      한 가슴에 들러붙어 화인을 새기며   끝까지 사랑이라 속삭였을 것이다   꽃 뒤에 감춰진 죄   모든 시선은 빛나는 것에 집중된다   환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고통 위에서 꽃을 피웠다는 말   낮과 밤을 교차시키며   지구가 도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돌고 돌아 어느 전생에서   나도 네가 되어 본 적 있다고   이생에선 너를 움켜잡고   뜨겁게 살았을 뿐이라고   한 죽음을 딛고 선   능소화의 진술이 화려하다      — 문학청춘> 2017년 여름호     *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