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번 - 황형철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언제 한번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사는 게 답답하니 무심히 꺼낸 것 같지만 실은 깊숙한 데서 나온 진정을 알아서 꼭 빈발은 아니어서 나는 언제 한번을 사랑하지 허기 채울 밥도 한번 먼 여행도 한번 언제 한번이 열 번 백 번이 되어 우리는 열 배 백 배 멀리 갈 수 있지 언제 한번은 구두계약이기도 해서 법적인 효력을 지니고 가슴에 빨갛게 찍은 지장이고 김치찌개가 맛있는 단골집 이모와 함께 들었던 흰수염고래도 그날 밤 물병자리도 분명히 알고 있어 언제 한번은 먼 후일의 사소함 같지만 시간이 무한히 펼쳐져 있어서 지워진 길을 내고 하늘도 열어서 포도알처럼 파랗게 구르는 말 언제 한번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 - 시집 (시인의 일요일, 2024.1) * 감상 : 황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