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피터슨(Eugene Peterson)이 어제 85세의 일기로 별세하였습니다. 그의 별세 소식을 듣고 갑자기 먹먹한 서운함과 아쉬운 마음 때문에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이면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영성'이 무엇인지 글을 써서 책으로 전세계 수많은 애독자들에게 잔잔한 영향력을 끼쳤던 '문서 영성신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분의 책들을 통해서 참된 그리스도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으면서 너무나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그가 쓴 책을 읽고 충만한 감동의 마음으로 쓴 독후감만 하더라도 10여편은 족히 될 듯 합니다. 누가복음 묵상서 <비유로 말하라>,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먹으라>, 영성과 제자도에 대해서 쓴 <한 길가는 순례자>, 예레미야서를 대중적으로 재해석한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 인간적인 모습의 다윗을 재조명한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현장 목회를 경험한 경험자로서 목회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인 <목회자의 영성> 등 주옥같은 무척 많은 책들이 기억납니다.
때는 한 낮 정오였습니다. 아마도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 여행으로 지친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야곱의 우물가에 도착했고, 예수님은 그곳에서 쉬고 계셨을 때, 그 틈을 이용하여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수가(Sychar)라는 동네로 가고 없었습니다.
그 때 동네에서 한 여인이 물을 길러 나왔다가 우물가에서 예수를 만나 이야기 하는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길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유진 피터슨은 그의 책 이곳 저곳에서 이 요한복음 4장, 수가성 야곱의 우물가에서 예수님과 한 여인의 대화를 다룬 본문을 참 많이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고 계신 예수의 삶의 이야기 여정 전체 속에서, 길에서 만나게 되는 이런 조그만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저자 요한의 의도를 그는 관심을 갖고 묵상하곤 했습니다. 즉, 거룩한 성전 안에서 있었던 설교나 종교적인 일, 또는 거창한 사업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 주일과 주일 사이, 즉 일상의 작은 삶 심지어 우물가에서 쉬는 가운데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메시아를 발견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요한의 서술 방식을 세심하게 들여다 보는 묵상 방식 말입니다.
본문의 이 이야기의 결론도 그런 일상의 평범한 만남을 통해서, 결국 그녀가 마을로 서둘러 가서 사람들에게 “내가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 메시아”(요 4:29)를 만났으니 여러분도 와서 들어보라고 했다고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제자들이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와서 예수님께 잡수시기를 권했을 때, "나는 이미 먹을 것이 있다"고 말 하는 예수와 그 여인을 번갈아 쳐다 보면서 굉장히 의아하고 황당해 하는 표정을 짓는 제자들을 상상하면 이 본문을 읽을 때마다 빙그레 웃음이 나곤합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님은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34절)라고 말씀하시면서, 일상의 삶 한 가운데서 이야기(네러티브)를 만들어 가고 계시는 것을 보십시오.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 꾼. 유진 피터슨 목사님의 별세에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글-隨筆 · 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은도 목사, 그리고 생활참선 박희선 박사 (0) | 2018.11.28 |
---|---|
이재철 목사의 퇴임을 바라보며... (0) | 2018.11.19 |
아스피린의 효능 - 만병통치약, 꾸준히 먹으면 치매 예방효과 (0) | 2018.10.15 |
파킹 프렌즈 홍보 동영상(TV 방송) (0) | 2018.09.28 |
주차장 공유 프로젝트, 파킹 프렌즈 (0) | 2018.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