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아름다운 성공 - 박노해

석전碩田,제임스 2015. 11. 22. 22:01

지난 주 부산에서 열렸던 전국대학 생활관관리자 협의회를 참석하는 출장을 다녀오면서 대구에 있는 후배 성진이에게 가서 하룻밤을 자고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올라 올 때엔 군 복무 시절에 알았던 후배를 잠시 만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후배 성진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일어나 함께 가까이에 있는 학산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돌아 오는 길에 집 옆에 있는 식당에 들러 맛있는 콩나물해장국을 함께 먹으며 지난 밤부터 나누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다시 풀어 놓으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파트 입구에 섰는데 후배가 보여줄 게 있다며 정원 쪽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남자 나이 오십이면 모두 시인이 된다고 하듯, 후배 성진이는 요즘 이런 시들이 자꾸 눈에 들어와 읽으면서 묵상을 하게 된답니다. 내 기억에 그곳에는 유치환의 <바위>를 비롯해서 여기 소개하는 박노해의 <아름다운 성공>, 그리고 정호승 시인의 <새벽 기도> 등의 시가 잘 다듬어 진 돌에 암각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파트 정원을 꾸미면서 이런 시비(詩碑)를 곳곳에 배치할 줄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삶을 관조하는 그의 여유있는 시심(詩心)을 본 받고 싶은 오늘, 또 가을이 깊어 갑니다.

 

아름다운 성공

 

  - 박노해

 

사랑의 크기를 넘어선 성공이라서

그만큼 시간 따라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

 

능력을 키워 가지 않는 사랑이라서

그만큼 시간 따라 앙상해지는 사람이 있다.

 

우리의 목적은 성공이 아니라 사랑이지만

우리의 무능은 우리의 죄일 수 있다.

 

사랑은 치열한 것이다.

사랑만큼은 실력을

사랑만큼은 투혼을

 

사랑을 하기 위한 힘

순수한 힘을!

 

 

 

 

 

 

 

 

 

 

 

 

대구를 출발하기 위해서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조금 남는 시간에, 30년 전 군대 생활을 할 때 같은 부대 내무반에서 후임이었던 장영암 후배를 직접 만나, 그간 카.톡.등 SNS로만 소통했던 아쉬움을 풀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