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장애인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고 또 사람의 성장 과정을 다룬 성장 영화이기도 하며, 음악을 빼고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음악영화기도 하다고 말한다면, 아니 한걸음 더 나아가서 어떤 면에선 가족 영화이기도 하다고 소개한다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보고 나면, 영화에서 쓰였던 음악들을 다시 한번 찾아서 들어보고 싶고 또 한 가족의 끈끈한 가족 사랑은 물론 출연했던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생각이 성장해가면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지는, 앞에서 언급한 설명들에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폴라 벨리에. 영화에서 주인공 역으로 나오는 사춘기 소녀입니다. 가족 중 자신만 비장애인이라 작은 일에서부터 중요한 일까지 가정의 대소사에서 없으면 안 되는 구성원입니다. 젖소를 키우는 큰 농장을 운영하는 가족(아빠, 엄마, 남동생) 모두가 장애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폴라는 학교에 가서도 집 안의 일을 전화로 해결해야 하는 등 10대 소녀로서 스트레스가 느껴질만도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성실하게 감당해 내는 대단한 여학생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마음에 드는 남학생에 한 눈에 반해, 그가 가입한 합창반에 무작정 뛰어드는 영락없는 감수성 많은 사춘기 여학생입니다. 합창반에서 폴라는 자신도 모르는 능력을 음악 교사 파비앙 토마스를 통해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 속에 있는 노래 부르고 싶은 열정을 키워가게 됩니다.
서바이벌 오디션 출신으로 프랑스의 국민 여동생이 된 루안 에머라(Louane Emera)가 폴라 벨리에 역으로 제 40회 세자르 영화제 신인 여우상을 차지할 정도로 가창력과 연기력까지 입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이야기를 영화한 것입니다.
이 영화를 감상하는 첫째 키 포인트는 OST로 쓰인 음악들을 하나 하나 감상하는 것, 그리고 그 음악들의 가사와 영화의 흐름이 절묘하게 앙상블처럼 맞아들어가는 것을 캐치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시작 부분, 폴라 벨리에가 등교하는 장면에 흘러 나오는 노래는 <The Ting Tings -We started nothing-That's not my name>. 이 노래를 시작으로 영화에는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선율들이 흘러 나옵니다. 메인 테마 곡인 <La Famille Belier>는 경쾌한 리듬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풀라가 합창반에 들어가서 처음 접하게 되는 <La maladie d'Amour(사랑의 열병)>, 그리고 좋아 하는 남학생 가브리엘 세비뇽과 함께 듀엣 곡으로 부르는 노래 <Je vais t'aimer(당신을 사랑할거에요)>, 오디션에서 부를 곡으로 선정 된 <Je vole(비상)> 등 그냥 여백을 메우기 위해서 사용된 음악이 아니라,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연 역할을 하는 음악들의 가사까지도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두번째 키 포인트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느 한 사람에게만 방점이 찍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배역 모두가 저마다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배역 모두가 입체감 있게 캐릭터화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감독의 연출 능력이겠지만 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잘 그려지고 있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폴라의 아버지인 로돌프 벨리에, 그리고 미인 대회 출신인 어머니 지지 벨리에, 합창반 지도 교사 파비앙 토마슨, 심지어 전혀 드러나지 않아도 될 만한 역할인 폴라의 여자 친구까지도 이 영화에서는 입체감 있게 캐릭터화되어 즐거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특히 현 시장이 정치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것을 싫어해서 장애인이지만 시장 선거에 뛰어 든 아버지와 시장과의 관계,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지원하기 위해서 장애인 가족이 맨땅에 해딩하는 격으로 좌충우돌하는 장면, 그리고 병원에서 이루지는 대화 내용 중 부모의 성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 등을 통해서는 짐짓 무거워지기 쉬운 영화의 흐름을 가볍게 하는 청량제로 제대로 유머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연과 조연 배우들의 캐릭터들이 이렇듯 모두 살아있는 작품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라디오 오디션 장에서 준비한 곡 <비상>을 부르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걸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노래를 부르는 폴라는,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이 이 곡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래를 부르면서 수화를 하게 되고, 이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가족들은 감격과 감동을 하게 됩니다. 벨리에 가족의 감격과 감동은 그대로 관객에게도 전달되어, 이런 멋진 영화가 어찌 흥행 소문도 없이 이렇게 조용히 상영되고 있나 의아해 질 정도로 잔잔한 감동의 기쁨을 만끽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이 가을의 문턱에 열일 제쳐놓고 한번 감상하길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합창단에서 처음 배우는 노래 <사랑의 열병 - La maladie d'Amour> 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오페라 합창단 메트리즈 데 오드센(Maitrise des Hauts de Seine)의 목소리
https://www.youtube.com/watch?v=CEWS8idGt3M
* 오디션 현장에서 폴라 벨리에가 <비상>을 부르는 장면
https://www.youtube.com/watch?v=9keP-TJ9R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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