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자칫 평범한 사람도 나타날 수 있는 정신 기제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세 가지를 제안하고 있어
따뜻한 공감적인 소통,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문화 콘텐츠에 몰입
사회 현상에 대해 심리적 이해를 하려는 욕구가 크게 증가했다. 그래서인지 사회 지도층의 비윤리적 행동이 터질 때마다 전화벨이 끝없이 울린다. '왜 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저지른 것입니까'라고. 그 인물에 대한 심리 분석을 요구받는데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의 속마음을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그러나 단순화해서 생각하면 두 경우 중 하나일 것이다. 워낙 이상한 사람이 어쩌다 그 자리까지 올라가 결국 이상한 행동을 보인 경우거나 그렇게까지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뇌 안에 있는 자기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반(反)사회적 행위를 했을 경우다. 대체로 우리는 전자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너와 나는 다르다'며 선을 그어 버려야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에게서도 순간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다. 반사회적 성격을 말하는 사이코패스의 핵심 병리는 거의 제로 상태로 결핍된 공감 능력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결여됐기 때문에 쉽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감은 단순한 소통 기술이 아니다. 심장이 뛰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뇌의 생물학적 반응이다. 공감은 상대방의 고통이 내 고통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뇌 영상을 찍어보면 상대방의 통증이 공감될 때 실제 뇌의 통증센터가 활성화된다. 아픈 것 같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픈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공감하는 데에는 많은 감성 에너지가 소비된다. 우리가 병을 앓고 나면 기력이 소진되는 것처럼 남의 아픔을 느끼는 것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다.
현대 사회를 피로 사회라고 부른다. 피로 사회는 뇌를 끊임없이 작동시키다 보니 뇌의 피로 현상이 찾아오게 되는데 이를 '소진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 한다. 스마트폰도 충전 없이 쓰기만 하면 방전이 되듯 뇌도 배터리가 닳아 없어질 수 있다. 소진증후군이 찾아오면 삶의 에너지가 떨어져 의욕이 줄어든다. 그리고 의욕을 억지로 내서 성취해도 그 성취감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뇌가 너무 지쳐버리면 기쁜 일에도 잘 반응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이 저하된다. 뇌의 에너지가 바닥나니 남을 이해할 마음의 힘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요즘 자신의 거칠어진 언어에 놀라 병원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30대 중반의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은 회사에서는 친절한 직장인이고 집에서는 따뜻한 엄마인데 백화점이나 콜센터 직원을 상대할 때면 이상한 여자로 변해버린다고 했다. '사소한 불친절에 미친 여자처럼 화를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직장생활과 육아에 지친 뇌가 엉뚱한 곳에서 과도한 분노를 터트려버리는 것이다. 소진증후군은 현대판 화병(火病)이다. 그 화가 지나치게 밖으로 터져 나오면 타인의 인권마저 다치게 할 수 있다.
열심히 사는 것만큼이나 뇌를 잘 충전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열심히 일하기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쉼 자체가 삶의 목적이 돼야 한다. 중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하면 운동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몸의 움직임을 느끼는 쾌감 자체가 운동의 목적이 돼야 한다.
쉼은 수동적으로 뇌를 가만히 둘 때 일어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고이 모셔놓는다고 충전되지 않는다. 전기와 연결이 돼야 충전이 된다. 뇌도 에너지원과 연결될 때 충전이 일어난다. 뇌가 좋아하는 에너지원은 사람·자연·문화다. 타인과의 따스한 공감 소통, 자연과의 교감, 문화 콘텐츠에 몰입할 때 지친 뇌에 따뜻한 감성 에너지가 자라 오르게 된다. 자연·문화와의 소통은 교양인이 되는 단순한 덕목이 아니라 실제적인 뇌 충전 전략이다.
* 2015년 1월 12일자 조선일보, [인문의 향연], 윤대현(서울대 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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