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트래킹여행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걷기] 뉴질랜드 남섬 밀포드 트래킹(3)

석전碩田,제임스 2010. 7. 30. 14:37

 
- 호수, 그 광대한 밀키블루

 

신비한 느낌이 나는 맥킨논 산정에 있는 산상 호수.

 

 

 

밀포드 트레킹은 바다 같은 호수에서 시작하고 호수 같은 바다에서 끝난다. 호수로 난 길이 트레킹 출발점이다. 테아나우라는 작은 도시 앞에는 테아나우 호수가 있다. 이 도시에서 20분 거리의 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밀포드 트레커들만 나르는 이 배는 얼음판을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나아간다. 물빛이 서양 여인의 푸른 눈처럼 푸른 우유빛이다. 누군가가 "이게 진짜 밀키블루"라고 말한다.

갑판에는 각국에서 모인 50명이 트레킹의 설레임과 행복한 기대에 푹 빠져있다. 한국은 지금 한겨울인데 여기는 한여름. 하지만 호수를 달리는 배는 시원한 자연 냉장고다.

산으로 감싸인 짙푸른 호수 물빛에 '탄성'

제일 깊은 곳이 400m나 된다는 테아나우 호수를 산들이 멀리서 감쌌다. 배가 깊숙이 들어가자 높고 힘찬 바위산이 하얀 갈기를 휘날리는 준마처럼 펄펄 뛰며 달려온다. 눈 봉우리는 햇볕을 받아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며 하얀 빛을 사방에 뿌린다.

한 시간을 가도 호수는 여전하다. 호안선 길이가 500㎞나 된다는 이 호수는 저수지나 연못만 보아온 우리들에게 놀람과 감동을 안긴다. 한시간 반을 탔을까 호수 가장자리 허술한 선착장에 배가 조심스럽게 닿는다. 이 곳 글레이드 와프가 밀포드 트레킹의 첫 뭍길이다.

어제 내린 공항에서 우리가 첫 번째 만난 것은 꼭대기에 눈이 하얗게 쌓인 산, 두 번째는 크기가 가늠되지 않는 호수, 세 번째는 호반 울창한 숲에 제비꽃 같이 소박하고 깨끗한 집이 있는 작은 도시. 공항은 퀸스타운, 산은 1,974m의 세실피크, 호수는 와카티푸, 도시는 퀸스타운이다.

하룻낮과 하룻밤 동안 비행기를 3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 '여왕이 사는 마을'은 이런 곳인가. 아름답다는 말 밖에 할 게 없다. 다 같이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모든 밀포드 트레킹은 퀸스타운에서 출발한다. 버스를 타고 와카티푸 호수를 오른편에 끼고 돌아 공항을 지나서 다시 호수를 오른편에 두고 한 시간 정도 달려야 겨우 호수와 이별이다. 드넓은 호수와 함께 달리는 길은 가슴의 두근거림이 이어진다. 환상적이다.

이곳은 여름인데도 우리나라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거닐기 좋은 초가을 같다. 호수가 끝나자 온통 번번한 기슭인데 전부 풀밭이다. 인공조림을 했는지 숲이 일직선이거나 띄엄띄엄 무더기를 이뤘다.

숲길 입구의 밀포트 트랙 안내판에서 20분을 걸어 첫 번째 산장 글레이드 하우스에 도착, 첫날 밤을 위한 여장을 푼다. 둘째 날부터 양쪽에 천야만야하게 솟은 바위산 사이의 협곡을 걷는다. 넓은 골짜기가 아닌데도 크고 작은 호수들이 여기저기에 숨어있다. 숨은 호수, 거울 호수라는 이름도 있다.

뉴질랜드는 호수의 왕국이다. 남섬에만 440개, 북섬을 포함하면 800개나 된다. 깊이 462m의 하우로코나 호수, 호안선 길이가 500㎞나 되는 테아나우 호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테카포 호수…. 세계에서 샘물이 두 번째로 깨끗한 호수(제일 깨끗한 샘물은 남극)도 남섬에 있다.

셋째 날은 산을 오르는 코스인데도 강과 호수가 협곡이 끝날 때까지 숨바꼭질을 한다. 특히 산을 오르기 직전에 있는 민타로 호수는 아담한데다 너무나 맑아 거울을 보는 듯하고 이곳에 들어선 
사람까지 호수와 잘 어울려 선하디 선한 자연의 한부분이 된다.

맥킨논 기념탑이 있는 해발 1,154m의 봉우리에 자리잡은 산정 호수는 주변의 높은 산 그림자와 구름까지 어리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호수의 제국이라 이런 꼭대기에도 규모는 작지만 그림 같은 호수가 하늘을 껴안고 있다.

넷째 날은 내와 폭포를 품은 호수를 지나 강과 바다가 만나는 선착장에서 트레킹은 끝난다. 여기서 배를 타고 나가면 물개와 돌고래, 폭포가 함께 있는 바다 밀포드 사운드다. 밀포드 사운드 마을에서의 하룻밤이 트레킹을 마감하는 마지막 밤이다. 다시 올 수 없는 밀포드 트레킹. 깨어나고 싶지 않은 한 여름밤의 아름다움 꿈이다. 안녕이란 이별을 가슴에 새긴다.

밀포드 트레킹 문의 산정산악회 김홍수 011-488-8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