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나무 학교 - 문정희

석전碩田,제임스 2008. 12. 19. 15:09

나무 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 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푸른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나무를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시를 만나며:숲샘]진작 알아모셔야 했을 '나무 선생님'을 왜 젊은 날엔 알지 못했는지...

늦게라도 인연을 맺었으니 사는 동안 '나무 선생님'의 본을 받을 수 있게 언제나 주변에서

서성거리기라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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