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눈사람 - 권대웅 여름내 해바라기가 머물던 자리 나팔꽃이 피었다 사라진 자리 목이 쉬도록 살아 있다고 매미가 울어대던 자리 그 빈자리 흔적도 없이 태양 아래 녹아버린 8월의 눈사람들 폭염 한낮 밥 먹으러 나와 아스팔트 위를 걷다가 후줄근 흘러내리는 땀에 나도 녹아내리고 있구나 문득 지구가 거대한 눈사람이라는 생각 눈덩이가 뒹굴면서 만들어놓는 빌딩들 저 눈사람들 8월 염천(炎天) 해바라기가 있던 자리 화들짝 나팔꽃이 피던 자리 내가 밥 먹던 자리 돌아보면 그 빈자리 선뜻선뜻, 홀연, 가뭇없이 - 시집,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문학동네, 2003) * 감상 : 권대웅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