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4

맨발 - 문태준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ㅡ,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

물 흐르는대로 제주도 둘러보기

●지난 주 금요일 오후, 2박 3일의 공식 출장이 끝나는 시간에 아내를 제주도로 불러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하면서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있는 생태마을 이랑>이라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제주도에 출장을 간다는 말에 한 지인이 자기 친구가 제주도에서 특별한, 재미난 일을 하고 있으니 시간이 되면 한번 들러 보라고 했기 때문에 찾아간 곳입니다. 생태마을 일을 한다는 것이 그가 소개한 내용의 전부였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생태마을이 뭐지? 살아있는 식물들을 키워내는 마을이라는 뜻인가? 아니면 요즘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의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자연을 벗 삼아 문명과는 담을 쌓고 사는 것인가?     저는 이런 궁금증이 있으면 호기심 때문에 다른 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