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피를 자르며 - 김영석 가을 햇볕이 아늑한 소나무 장작가리 옆에 앉아 약에 쓸 오갈피를 자른다 철마다 몸살 하며 꽃 피고 열매 맺던 오갈피는 이제 한살이를 마치고 탕관 속에서 솔바람 소리를 내며 바람결처럼 병을 쓰다듬는 쓰디쓴 한잔의 물이 되리라 살아온 날들을 생각하면 삶이란 물결 지며 흘러가는 강물이구나 슬픔도 기쁨도 괴로움도 크고 작은 물이랑으로 흐르는구나 강물이 어찌 물결도 없이 고요히 멈추어 흐를 수 있으랴 삶이 곧 병이고 병이 곧 물결인 것을 햇볕 든 소나무 장작가리 옆에서 따뜻하게 흘러가는 쓰디쓴 물을 새삼 다시금 바라본다. - 시집 (시학, 2011) * 감상 : 何人 김영석. 1945년 전북 부안군 동진면 본덕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전주 북중학교와 전주고를 졸업하 고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