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경제학 - 정다혜 시 한 편 순산하려고 온몸 비틀다가 깜박 잊어 삶던 빨래를 까맣게 태워버렸네요 남편의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을 내 시 한 편과 바꿔버렸네요 어떤 시인은 시 한 편으로 문학상을 받고 어떤 시인은 꽤 많은 원고료를 받았다는데나는 시 써서 벌기는커녕 어림잡아 오만 원 이상을 날려버렸네요 태워버린 것은 빨래뿐만이 아니라 빨래 삶는 대야까지 새까맣게 태워 버려 그걸 닦을 생각에 머릿속이 더 새까맣게 타네요 원고료는 잡지구독으로 대체되는 시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시의 경제는 언제나 마이너스 오늘은 빨래를 태워버렸지만 다음엔 무얼 태워버릴지 속은 속대로 타는데요 혹시 이 시 수록해주고 원고료 대신 남편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 보내줄 착한 사마리언 어디 없나요 -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