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다는 것 - 문숙 중심이 없는 것들은 뱀처럼 구불구불 누군가의 숨통을 조이며 길을 간다 능소화가 가죽나무를 휘감고 여름 꼭대기에서 꽃을 피웠다 잘못된 것은 없다 시작은 사랑이었으리라 한 가슴에 들러붙어 화인을 새기며 끝까지 사랑이라 속삭였을 것이다 꽃 뒤에 감춰진 죄 모든 시선은 빛나는 것에 집중된다 환하다는 것은 누군가의 고통 위에서 꽃을 피웠다는 말 낮과 밤을 교차시키며 지구가 도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돌고 돌아 어느 전생에서 나도 네가 되어 본 적 있다고 이생에선 너를 움켜잡고 뜨겁게 살았을 뿐이라고 한 죽음을 딛고 선 능소화의 진술이 화려하다 — 문학청춘> 2017년 여름호 *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