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길가의 집 - 샘 월터 포스

석전碩田,제임스 2017. 5. 16. 18:33


LET ME LIVE IN A HOUSE BY THE SIDE OF THE ROAD

 

                                 - Sam Walter Foss(1858~1911)

 

There are hermit souls that live withdrawn

In the place of their self-content;

There are souls like stars, that dwell apart,

In a fellowless firmament;

There are pioneer souls that blaze the paths

Where highways never ran-

But let me live by the side of the road

And be a friend to man.

 

Let me live in a house by the side of the road

Where the race of men go by-

The men who are good and the men who are bad,

As good and as bad as I.

I would not sit in the scorner's seat

Nor hurl the cynic's ban-

Let me live in a house by the side of the road

And be a friend to man.

 

I see from my house by the side of the road

By the side of the highway of life,

The men who press with the ardor of hope,

The men who are faint with the strife,

But I turn not away from their smiles and tears,

Both parts of an infinite plan-

Let me live in a house by the side of the road

And be a friend to man.

 

I know there are brook-gladdened meadows ahead,

And mountains of wearisome height;

That the road passes on through the long afternoon

And stretches away to the night.

And still I rejoice when the travelers rejoice

And weep with the strangers that moan,

Nor live in my house by the side of the road

Like a man who dwells alone.

 

Let me live in my house by the side of the road,

Where the race of men go by-

They are good, they are bad, they are weak, they are strong,

Wise, foolish - so am I.

Then why should I sit in the scorner's seat,

Or hurl the cynic's ban?

Let me live in my house by the side of the road

And be a friend to man.

 

[길가의 집에서 나는 살리라]

 

                                - 샘 월터 포스(1858~1911)

 

세상에는 자기 만족으로

뒤로 물러 앉아 사는 은둔자들이 있고,

세상에는 외로운 창공에 홀로 떠 올라 있는

별 같이 사는 자들도 있고,

세상에는 신작로도 없는 곳에서

홀로 길을 내는 선구자들도 있지요.

하지만 나는 길가에 있는 집에서 살리라.

사람들의 친구가 되리라.


나는 사람들이 이리 저리 지나 다니는

길가에 있는 집에서 살리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다 나처럼 비슷 비슷할 뿐

내가 왜 그들을 경멸하고,

냉소하면서 외면할 수 있겠는가.

나는 길가에 있는 집에서 살리라.

사람들의 친구가 되리라.


그리고 그 길가의 집, 인생의 도로가 지나가는

그 집에서 지나가는 삶들을 보리라.

희망의 열정으로 밀어붙이는 사람들

그리고 투쟁으로 의식을 잃은 사람들

나는 그들의 미소나

눈물을 외면하지 않으리.

그들 모두 무한한 계획의 일부이기에

나는 길가에 있는 집에서 살리라.

사람들의 친구가 되리라.


앞에 시냇물 즐겁게 흐르는 푸른 초원이 있고

높은 산 아득하게 멀리 솟아 있는

나른 한 오후를 지나 밤으로 다가가는

인생의 행로 위에서

즐거워 하는 나그네들과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길손들과는 함께 울며

홀로 살지 않으리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 옆에 있는 집에서 그들과 함께 부대끼리라.


나는 사람들이 이리 저리 지나 다니는

길가에 있는 집에서 살리라.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다 나처럼 비슷 비슷할 뿐

내가 왜 그들을 경멸하고,

냉소하면서 외면할 수 있겠는가.

나는 길가에 있는 집에서 살리라.

사람들의 친구가 되리라.


 

오늘은 샘 월터 포스의 시를 읽으면서, 100년 전에 살았던 한 시인의 마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퇴임 후 조용한 시골 어디 쯤으로 내려가서 아담한 집을 짓고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서 몇 달 전부터 강화 석모도의 땅을 둘러보기도 하면서 구체적인 퇴직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기에 마치 그의 시가 나에게 조용하게 말하는 듯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자기는 시골로 가기 보다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길가의 집에서 살면서 그들의 친구가 되겠노라면서 담담하게 노래하듯이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로 된 시를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우리 말로 나름대로 번역도 해 보면서 감상을 하고 있습니다.

 

퇴임 후에 시골에 가서 사는 게 참 멋있는 일이고 또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소위 이 시대의 로망()이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딴 집에서 자기만 만족하면서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특히, 도시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은 웬만해서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하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사를 하고 난 후라든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면 집들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거의 그런 문화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그런데, 하물며 도시를 떠나 시골에 살고 있으면 무슨 일로 그 사람의 집에 사람들이 찾아 갈 수 있을까요?

 

앞으로 퇴임 전까지 내가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답을 구해야 하는 질문들입니다. '내가 사는 시골 집에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아이템은 어떤 게 있을까?' '사람들이 찾아오는 집이 되려면 어떤 집으로 꾸며야 할까?' '격의 없이 찾아 올 수 있도록 집의 문턱을 낮추는 일은 무엇일까?' 등등....

 

시인이 노래했듯이 어디에 살든, 인생 길 위에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강한 사람 약한 사람 차별 없이 누구나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길 동무로 격의 없이 맞아 들일 수 있다면, 그 집은 비록 먼 시골에 떨어져 있어도 <길가에 있는 집>일 것입니다. 그런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은 시인의 마음이나 제 마음이 매 일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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