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읽는 한 편의 詩

감자 - 박형진

석전碩田,제임스 2011. 7. 11. 00:15

감자


                             - 박형진

 

감자 심다 말고 뭉기적뭉기적  

마누라  

엉덩이 내리고 오줌을 눈다  

 

어이, 어이 이봐  

저 산 우에서 누가 보면 어쩔려고 그래?  

 

나는 호들갑 손가락질을 하는데  

낯 두꺼워진 마누라 한다는 소릴 봐라  

, 내 밭에다 내가 거름도 못 줘?  

 

그래 맞다 맞아!  

누가 보든 말든  

내 밭에다 눈다는데 언놈이 상관이람  

 

골마리 부시럭부시럭  

나도 그 자리 뻗대고 서서  

오줌을 눈다  

 

개나리 피어서 웃든 말든   


* 감상 박형진. 시집 표지에 그를 소개하는 글이 다음과 같이 씌여 있습니다


"1958년 전북 부안군 변산면 모항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지금까지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시 짓기가 농사 짓기라고 하는 농사꾼 시인입니다. 시집 <바구니 속 감자 싹은 시들어가고> <다시 들판에 서서>, 산문집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어린 시절 이야기 <갯마을 하진이>를 펴냈습니다."


 오전 쯤, 일찍 예배를 다녀온 후 시내 교보문고를 잠시 들렀습니다. 새로 깜끔하게 단장한 책방은 한산합니다. 시집 코너를 지나다가 눈에 띄는 시집 한 권을 손에 넣고 읽다가 풋풋하게 다가오는 투박한 시어들에 끌려 책 바구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박형진 시집 <콩밭에서-가난한 농사꾼의 노래>에 실린 시, 감자라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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