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되어 바라보다 -박찬 어제는 참 힘든 날이었네. 계곡을 휘돌아 세찬 바람 불고 비 내려 나는 온통 젖어 흔들리고 있었네. 한 자리에서 근 백 년을 살아온, 이를테면 어지간한 비도, 바람도 견딜 수 있을 만큼 튼튼한 뿌리를 가졌지만, 어제 같은 비바람에는 그래도 뿌리가 흔들릴 지경이었네. 움직이는 것들은 세상을 가만히 놔두지 않네. 바람도, 비도, 생각도······. 용케 견디어낸 밤이 지나고 햇살 반짝이면 언제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태연자약하네. 태연자약! 나의 원래 표정이네. 아직도 몸을 타고 물이 흐르네. 그러나 이미 젖을 대로 젖어 더이상 차갑지 않네. 그것은 차라리 등걸 구석구석, 묵은 때를 씻어주는 아버지 손길 같으네. 한 곳에 가만히 서 있으면 다 보이네. 바람도 비도 새도 찰나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