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는 약 - 김경후 이번 약은 잘 들을 겁니다의사 말을 듣고믿고 싶은 그 말을 믿고 나는 묻는다 얼마나 잘 듣지 않았나이불 속에 드러누운 나의 마음은컴컴한 창밖 얼어붙은 얼굴을 들이미는 나의 고함조차듣지 않았지 열어주지 않았지 내가 있어도 나는 빈방없어도 나는 나의 빈방 누구를 기다리는가골목 구석에 쑤셔 박은 내 밤들털 빠진 등허리를 말고 자던 내가 버린 고양이들듣지 않았지 나는 내가 지내온 빈 밤의 소리들내가 지워버린 빈 밤의 소리들 듣지 않고 딛고 가야 할 소리만을 믿었던 나는나는 텅텅 빈 소리그것들을 잘 다지고 잘 부수지만 잘 듣지는 않는 병 앞으로도 나는 듣지 않을빈 방의 나의 소리들이 약은 잘 듣고 있겠지 - 시집 (문학동네, 2012) * 감상 : 김경후 시인.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