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카리뷰-김한용기자]
혼다 CR-V는 3주만에 280대를 계약해 처음으로 혼다코리아를 수입차 판매대수 1위로 끌어올린 돌풍의 주역이다. 이 차가 모든 수입차를 제치고 가장 잘 팔리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시승해 보았다.
디자인과 실내
기존 CR-V는 저렴한 가격과 좋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네모 반듯한 박스 스타일과 뒤에 매달고 다니는 타이어 등은 유행이 지난 느낌이었다.
이번에 만난 신형 CR-V는 매끄러운 디자인에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갖춰 이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름만 아니었다면 같은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기 어려울 정도다.
무난했던 과거 디자인과 달리 이번의 디자인은 꽤 개성이 넘친다. 수입차의 베스트셀러라고는 하지만, 월 3천대가 넘게 팔리는 국산 SUV에 비하면 여전히 희소성도 높다.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졌으며, 럭셔리 수준은 아니더라도 세련되고 심플한 느낌이다.
각 버튼과 계기 또한 작동이 쉽고 실용적이며 핸들의 디자인과 그립도 좋은 편이다.
무드 등이나 각 버튼에서 나타나는 불빛이 모두 푸른색이고 볼록 거울로 실내의 모든 승객을 볼 수 있도록 한 점은 현대 베라크루즈를 떠올리게 한다.
이 차 실내의 특징은 공간의 실용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리어시트는 3분할로 폴딩 되는 데다 필요에 따라 더블 폴딩까지 되어 공간활용이 극대화 된다. 더블 폴딩을 하면 냉장고도 들어가는 크기의 밴 형태로 변신한다.
1열 뿐 아니라 2열 시트도 뒤로 40도 가량 젖혀져 뒷좌석 승객도 편안하다.
또 짐칸에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다.
일반적인 SUV는 짐칸 공간이 높아 어지간한 짐을 싣고도 위쪽 공간이 남기 마련이지만, CR-V는 뒷좌석 선반을 단단하게 만들어 선반 아래와 선반 위 양쪽으로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했다. 선반은 쉽게 접거나 떼낼수도 있다.
또 조수석 글로브박스도 위 아래로 나누어 작은 사물을 나누어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작은 공간에서도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일본인의 성향이 드러나 보이는 대목이다.
주행성능
비록 SUV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주행 감각은 승용차와 큰 차이가 없었다.
지상고가 185mm로 이전 모델에 비해 20mm나 낮아졌고, 저 중심 설계로 인해 SUV 특유의 휘청거림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또 이 차에 장착된 4WD는 항시 4륜구동이지만 평상시에는 전륜으로만 달리도록 하여 안정성과 동시에 연비 향상을 꾀했다.
4륜 구동의 험로 주파 능력을 보기 위해 해변 모래 사장에 진입해보았다.
특별히 조작을 하지 않아도 4륜의 힘이 발휘되며 쉽게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 차에 채용된 할덱스 4륜 구동 시스템은 4륜으로 전환되는 느낌없이 부드럽게 동력이 배분되는 특징이 있다.
빠져 나오기 힘들 정도의 깊은 모래밭에 들어가자 저절로 엔진 힘이 줄어들고 네 바퀴에 각기 적절한 브레이크가 작동해 바퀴가 헛돌지 않고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기본 장착 된다는 VDC(차체 자세 제어장치)가 동작한 것이다.
이 차에 장착된 2.4리터 휘발유 엔진은 토크가 22.4kg·m로 높은 편이고 170마력의 최대 마력이 5,800RPM이라는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기 때문에 휘발유 엔진이면서도 디젤과 같은 힘이 느껴진다.
총평
이 차는 SUV와 미니밴 역할을 모두 충실히 수행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차였다.
휘발유 SUV이기 때문에 연비가 걱정 됐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비는 10.2 ㎞/ℓ로 어지간한 세단 연비 수준이었다. 2.0리터급인 쏘나타와 SM5의 연비는 10.4~10.8 ㎞/ℓ고, 베라크루즈는 10.7~11㎞/ℓ다.
가격은 3090만원~3490만원으로 윈스톰, 스포티지 등 보다는 다소 비싸지만, 싼타페와 비슷하고 베라크루즈보다는 훨씬 싸다. 혼다 CR-V는 국산차에 비해 성능이나 상품성에서 뒤지지 않는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어지간한 부분에선 국산차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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