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行 및 山行 寫眞

마지막 협의회, 그리고 제주 원포인트 여행 - 생각하는 정원

석전碩田,제임스 2023. 11. 23. 14:00

난 주, 제주에서 열렸던 전국대학교생활관관리자협의회.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남달랐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해 정년퇴임과 함께 모든 게 끝나야 했지만, 직전 회장으로서 '고문'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 있어 '진짜 마지막'으로 참석한 행사였기 때문입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한 이번 협의회는 정기총회를 겸한 행사였고 회장, 수석부회장, 부회장, 감사를 새로 선출했습니다. 그리고 고문이 담당해야 했던 '임시 선거관리위원장' 역할도 무사히 잘 해냈습니다. 물론 새 회장이 선출되었으니, '직전 회장'으로서의 제 자리도 이제는 더 이상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음 제가 협의회 연수에 참석했던 때가 제 기억으로 2014년이라고 생각됩니다. 당시 우리 대학은 기숙사의 규모가 보잘것 없었지만, 갑자기 1100명을 수용하는 큰 기숙사 건물을 캠퍼스 안에 있던 부속 초중고등학교가 떠나고 나간 자리에 짓기로 결정되면서, 담당자였던 저에게는 "다른 대학의 경우를 열심히 배워오라"는 특명(?)과 함께 협의회 참석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분위기였으니까요. 그렇게해서 참석하게 된 협의회에서 중요한 새로운 것들을 배운 것은 물론이고 회장직으로 봉사하는 등 다른 대학의 다양한 동료 선생님들을 만나 행복한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으니, 되돌아 보면 협의회가 제게는 참으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인연'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이곳에서 알게된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두고 두고 좋은 인연으로 삶의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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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에서 학기마다 열렸던 협의회 행사가 끝나면 저는 1박 2일을 더 머물면서 제주도의 딱 한 곳만을 둘러보곤 했습니다. 여러 군데를 기웃거리기 보다 '한 번에 한 곳'만 집중하는 여행이었는데, 저는 이것을 '원포인트 여행'이라고 스스로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그동안 원포인트 여행으로 둘러 본 곳만해도, 제가 협의회를 참석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여러 해를 계속했으니 적지 않습니다. 섭지코지와 유민 미술관, 비오토피아와 방주교회, 생태마을 <이랑>, 추사기념관, 송악산 둘레길, 거문오름, 한라산 백록담, 손세실리아 시인의 <시인의 집>,  4.3기념관과 곤을동, 빛의 벙크와 성산 일출봉에서 본 일출 광경, 가파도, 차귀도, 비양도, 우도 등... 

 

번에 '원포인트'로 가보기로 한 장소는 '마라도'.  2년 전부터 제주도 부속 섬들을 차례로 둘러보기로 하고 실천하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아쉽게도 가기로 했던 마라도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했습니다. 연일 그치지 않고 부는 태풍급 바람 때문에 예약해놓았던 배가 뜰 수 없다는 통보를 당일 아침 식사를 하는 중에 받았기 때문입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일정이 없어지자 순간 머리 속이 하얘졌지만, 시간이 지난 후 지금 생각해 보면 이번의 원포인트 일정도  늘 그랬던 것처럼 가히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오전엔 제주시에 있는 민속자연사박물관을 들렀고, 오후엔 예약한 호텔(중문단지 인근에 있는 히든 클리프 앤 네이처) 근처에 있는 한 곳을 선택했는데, 그곳에서 예상치 않은 귀한 사람을 만나 그의 삶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소중하고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띠문입니다.

각하는 정원....잘 가꿔진 분재 정원입니다. 근사한 그 곳을 만드신 분은 성범영(成範永)이라는 분인데, 1937년 생으로 84세의 할아버지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에너지가 넘치고 생각하는 힘이 통통 튀는 분으로 '할아버지가 아닌 청년'이었지요. 그 분과 이야기했던 시간이 '금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리에서 일어섰더니 온 오후 시간이 다 지나갔을 정도로 빨리 지났습니다. 세찬 바람에 지나가는 비구름에서 여러 차례 천둥 폭우가 쏟아지기를 반복했지만, 책 한 권에 해당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그가 들려 준 이야기들에서 '분재의 의미와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말은 아직도 귓전에 맴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그 일을 꼭 해 낼 것'이라고 아직도 진행형인 꿈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주는 할아버지는 아직도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팔순이 훨씬 넘은 분으로부터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은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국의 청나라 때 관리였던 공자진(龏自珍)이라는 사람이  쓴 '병매관기(病梅館記)'와  중국의 인민일보 총편집장 판징이(范敬宜)가 제주 '생각하는 정원'을 왔다가 방문 후기로 썼던 답사기 '신병매관기(新病梅館記)'에 대한 사연을 알게된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의미있는 알찬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민일보에 편집장의 이 컬럼이 실리자, 그 글을 읽은 장쩌민, 후진타오 등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앞다퉈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제주까지 내려와 일부러 '생각하는 정원'을 방문했다고 하니, 그 또한 놀랄만한 사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 그곳에서 먹었던 통갈치조림 점심 식사는 추천하고 싶은 일품의 맛이었습니다. 여느 일류 호텔의 음식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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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중문에 있는 '히든 클리프 앤 네이처(Hidden cliff & nature)'라는 조금은 긴 이름을 가진 호텔.  묵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이 호텔에서도 1박을 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왜 호텔 이름이 이렇게 지어졌는지는 투숙해봐야 알 수 있거든요. 제가 스포일러가 되는게 염려되어 이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ㅎㅎ

 

텔의 근사한 뷔페 조식을 먹은 후, 숙박비에 포함된 이벤트 '감귤 따기 체험'을 하기 위해서 파더스 가든(Father's Garden)이라는 곳에 갔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고 간 그곳이 또 다른 의외의 '원포인트 멋진 장소'가 된 것은 행복한 이번 여행의 '덤'이었습니다. 감귤 따기 체험, 동백꽃 군락지, 핑크뮬리 군락지, 동물 먹이주기 체험,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코스 등을 모두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농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강.추.코스'입니다.


시 제주시로 돌아오는 길에는, 몇 년 전에 방문했던 비오토피아에 들러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고급 타운 하우스 마을인 '비오토피아'의 주민 커뮤니티 센터 건물이 유명한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라 건물 하나만 유심히 구경해도 가볼 만한 곳이지요. 인근의 방주교회, 본태박물관 등이 모두 안도 다다오의 대표 작품들인데 이번에는 식사 후 본태 박물관만 둘러보았습니다.

 

정도로 이번 제주도 원포인트 여행 후기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 석전(碩田)

제주시 민속자연사박물관 야외 마당에서....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님과 대화
Hidden Cliff and Nature Hotel 루프탑 뷰에서 바라 본 눈덮힌 한라산 전경......

 

본태박물관과 건축가 안도다다오
비오토피아 주민 커무니티 건물 전경과 내부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