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군대 후배가 오늘 아침, 짧은 카.톡. 메시지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잘되다'라는 표현에는 성공하다, 이루다, 얻다 등의 가치만을 담고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실패하더라도 실패에 의연해 질 수 있는 마음을 배우면, '잘된'것이다.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어도 그 안에서 얻은 무언가가 있다면 '잘된'것이다.
이처럼 '잘된다' 는 건 목표하던 것을 달성했는 지의 유무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마음과 생각이 자랐는 지의 유무로 결정되는 것이다.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중에서>]
이 메시지에 저는 이렇게 길게 답장을 써 보냈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단어 중에서 '괜찮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좋다는 표현을 할 때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괜찮다'는 말은 좋다, 마음에 든다, 그 정도면 훌륭하다는 뜻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어원을 따져보면 별로 좋은 말이 아닙니다.
사색당파, 당쟁이 극에 달한 조선 중기, 조금이라도 생각을 가진 똑똑한 사람이라면, 가장 잘 사는 방법이 이 쪽도 저 쪽도 속하지 않고(관계하지 않고) 사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관계하지 않는 것'은 곧 좋은 것이었습니다. 이 말이, 관계하지 않다 -> 관계ㅎ지 않다 -> 관계치 않다 -> 괜찮다 로 변해 온 것이지요.
이 쪽 저 쪽도 관계하지 않고, 어중간하게, 미지근하게 사는 게 좋은 거라는 인식이 들게 하는 '괜찮다'라는 말은 그래서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듯. ㅎㅎ
특히, 손 윗 사람 앞에서 손 아랫 사람이 "괜찮네요"라고 말하면, 정말로 욕 먹어 마땅합니다. 괜찮다는 말에는, '좋든지 말든지 나는 상관없다'는 시니컬한 태도도 내포되어 있고,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지 않는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구약 성서, 예레미야서에는 '부지런하다'는 표현이 참으로 여러 번 반복되어 나옵니다. 우리 말로 번역된 '부지런하다'는 표현을 영어 성경에선 단순히 "again and again"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영어표현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시도를 여러 번 했다는 내용만을 표현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같은 의미더라도, 우리말의 '부지런하다'는 표현은 시도한 횟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를 하는 행위자의 성품, 즉 성실성을 표현하는 것도 포함되는 낱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말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우리 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말이 있듯이, 우리 말은 글자 하나에 뜻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다 보면, 내가 모국어로 쓰고 있는 한글이 참 아름다운 문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 말, 아름다운 만큼 시의적절하게 잘 표현할 뿐 아니라, 잘 가려서 사용하는 것은 더욱 더 필요한 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