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닉네임 '드루킹'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지금 현재 우리 사회가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관심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것이 왜 야당 의원이 단식을 하면서까지 문제를 삼는지 통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뉴스 포털 사이트에서, 사이버 기사를 읽은 후 그 기사에 대하여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기 있는 기사가 되어 검색 순위에서 상위 등급을 차지하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어떤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특수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조작, 특정 성향의 기사를 검색 순위 상위 등급으로 올리는 행위를 한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러니까, 드루킹이라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여당, 특히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기 전부터 의도적으로 댓글을 조작하여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었고, 그 댓가로 정부로부터 반대급부 이익을 챙기는 검은 거래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그 전부터 아무 관심도 없던 저도 요즘은 포털 사이트에서 어떤 기사를 읽고 나면 시간을 내서 일부러 그 밑에 달려 있는 댓글들을 열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수많은 댓글들을 읽으면서, 참으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하고, 또 자기만의 생각으로 과격한 욕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참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각자의 생각이 다르니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게 제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러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린 결론은, 그 기사를 읽고 표현하는 댓글이 절대로 여론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댓글은 댓글일 뿐입니다.
가령, 지난 주에 있었던 이와 관련된 한 가지 에피소드입니다.
홍대 앞에 40년 가까이 운영해 오던 국민은행 건물을 홍익대 건축과 교수 5명이 연합 프로젝트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미담류의 밝은 기사가 어느 신문에 실렸고 그 기사를 다음과 네이버 포털에서 소개했습니다. 자랑스런 건축과 교수 다섯 명이 찍은 사진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근사하고 멋진 기사에 어떤 댓글이 달린 줄 아세요? 바로 그 전 날에 터진, 홍익대 미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강의실에서 일어난 누드 사진 불법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무려 천 여개의 악성 댓글이 주렁 주렁 달렸습니다. 욕설은 기본이고, '그래서 니들이 가르친 학생들이 그런 * 같은 행동을 하느냐?'는 욕설부터 시작해서 기사와는 상관없는 공격성 내용으로 온통 댓글이 달려있었던거지요.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진지하게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이 정말 여론일까?'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그것이 설혹 여론이라고 하더라도, '그 여론이 그렇다고 해서 무슨 대수냐?' 는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표피적인 감정을 내뱉는 이런 댓글에 휘둘리는 사회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 사회가 조금은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