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를 제대로 둘러보며...
지난 주, 대구에서 열린 생명의 전화 전국 대회 행사에 참석한 후 서울로 돌아오기 전,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을 일부러 찾았습니다.
행사 후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발길 닿는대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했고, 또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갔지만, 그곳을 실제로 가긴 간 것인지 구체적인 기억이 전혀 없어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늘 생각하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경주를 가는 도중, 2년 전 대구 한의대를 방문했을 때 알게 된 경산에 있는 경상도식 추어탕 일품 식당을 들러 한 그릇 먹고 가는 바람에 불국사에 도착한 시간은 출입문을 닫는 오후 6시가 훨씬 지난 시간이었지요.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출입문이나 보고 돌아 갈 심산으로 후문 입구에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출입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지키시는 분은 잠시 자리를 비웠는지 안계시더군요. 조심스럽게 '야간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을 짐짓 무시하고 불이문(不二門)을 통과, 울창하게 조성된 진입길로 들어섰습니다. 누군가 뭐라고 하면 멀리 서울에서 달려오느라 조금 늦었노라 자초지종 얘기를 하기로 미리 준비하면서 걷고 있는데 이내 어디선가 들려오는 현란한 북 소리. 소리가 나는 그 쪽을 향해 발길을 재촉하자, 눈에 익은 불국사 대웅전으로 오르는 연화교와 칠보교, 그리고 청운교와 백운교가 보입니다. 그리고 연화교 위에서 스님 한 분이 혼신의 힘으로 치는 북소리가 힘차게 들렸지요.
아무도 없는 불국사 경내를 독점한 듯 거닐며 대웅전 앞 석양을 받으며 우뚝 서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을 둘러보는데 그 감격에 심장이 터질 듯했습니다.
마침 이런 저의 죄스럽고 울적한 마음을 안다는 듯, 지척에 있는 불국사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립니다. 둥~~~~. - 석전(碩田)
https://youtu.be/T9stQlARY5k?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