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참나무(핀 오크) 이야기
아침 운동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연희동 궁동산 공원 산책길, 대왕참나무의 갈색 단풍 잎들이 소담스럽게 보도 위에 떨어져 있어 위를 올려다 봤습니다. 커다란 대왕 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더군요, 평소엔 그곳에 그 나무가 서 있는 줄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이렇게 가을이 되어서야 올려다보며 늦은 인사를 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대왕참나무, 원산지인 북미나 유럽에서는 '핀오크'(Pin oak)라고 불리는 나무. 높이가 20m 정도까지 자라는 중간 크기의 낙엽수입니다.
몇 해 전, 강화도에 갔다가 '핀 오크'라는 새로 생긴 카페에 갔습니다. 그곳 정원을 관리하는 사장님을 만나 명함을 주고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사장님은 알고 보니 우리 나라의 조경업에선 잘 알려진 유명인. 서울의 용산공원이나 올림픽 공원, 월드컵 공원 등 큰 프로젝트를 도맡았던 베테랑 전문 조경업자였는데, 40여년 전 강화도에 작은 산을 구입, 대왕참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때 심었던 핀오크 나무가 이젠 우람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 그 곳에 정원이 근사한 카페를 열어 일반인에게 대왕 참나무를 선뵈고 있었습니다.
대왕참나무는 비교적 빨리 성장하는 편이지만 평균 수명은 120살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핀 오크의 잎은 길쭉한 잎 가장자리가 여러 번 깊이 패어 들어가 마치 ‘주인 주(主)’ 자 같습니다. 잎 뒷면에는 흰색 털이 있고 꽃은 암수 한 그루로 4∼5월에 아래로 늘어져 황록색으로 핍니다. 10월 말 이맘 때 쯤에 적갈색으로 낙엽이 지며, 겨울 내내 낙엽이 그대로 가지에 붙어 있는 게 특징입니다. 낙엽은 4월 중순 경 새잎이 날 때야 비로소 떨어지는 특이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공해에 강해 도심에 심어도 잘 자라고, 도로변에 심어 자동차 매연이나 소음 등을 차단하는 용도로도 심는다고 하는군요.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영예의 우승을 차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받은 손기정 선수가 히틀러로부터 직접 받은 묘목이 바로 대왕참나무였습니다. 손기정 선수는 이 나무로 가슴에 있는 일장기를 가렸지요.
한국으로 가져온 묘목은 서울 중구 만리동 옛 양정고 교정에 심어졌고, 양정고가 목동으로 이사가고 지금은 손기정 기념공원이 그 자리에 들어섰는데, 그곳에 우람한 거목으로 자랐습니다. 한동안 이 나무는 월계수로 잘못 알려졌으나 양정고가 서울 목동으로 이전해 간 뒤 서울시 기념수로 제정되는 과정에서 대왕참나무로 밝혀졌습니다.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