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寅年 마지막 보름달
소심이를 데리고 조금 전에 산책을 하러 밖에 나갔더니, 북한산 향로봉 위에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 오르고 있더군요.(음력으로 임인년 마지막 보름날(12월15일)이 어제였음) 그러니까 임인년 마지막 보름달인 셈입니다. 양력으로 1월 1일을 맞아 지난 한 주간 열심히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인사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아직까지 '계묘년(癸卯年) 새해'는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임인년(壬寅年) 마지막 보름달이 두둥실 떠올라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계묘는 무슨 계묘, 아직도 임인이야!'라고 말입니다.
저 달이 완전히 이지러지는 날이 섣달 그믐, 즉 까치 설날(1월21일)이 되겠고 그 다음 날이 진짜 '계묘년 첫 날'인 '설날(1월22일)'이 되는 것입니다. 저 마지막 보름달이 그믐 달이 되었다가 다시 차오르게 되면 그것이 '정월 대보름달(2월5일)'이 되겠지요.
참, 여담이지만, 생일이 음력 2월 초 엿새인 저는 계묘년에는 두 번의 생일을 맞이 할 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음력 2월이 윤달로 한 번 더 들어서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월 초 엿새는 2월 25일(평년의 생일)과 3월 27일(윤년의 생일)에 두 번입니다. ㅎㅎ
예나 지금이나 보름달만 보면 저는 어릴 적, 정월 대보름날 마을 뒷산에 온 마을 사람들이 올라 달 불을 놓고, 그 연기 사이로 대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던 그 때 추억을 소환해내곤 합니다. 매년 누구보다도 먼저 달을 봤던 큰 누나는 아마도 부잣집으로 시집을 갈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 것도 보름달과 관련된 저만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오늘 산책하면서, 북한산 위의 커다란 보름달을 보고 그 추억이 소환되어, 어김없이 강화에 있는 큰 누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 밖에 나가서 하늘을 한번 올려다 봐'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어쩌면 어쩌면 똑같을까요. '응 그래, 이미 봤어! 진짜 대단하지?'
밖에 나가, 임인년 마지막 보름달을 한번 올려다 보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세요? 그리고 혹시 액운이나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면 그 달을 보며 저 멀리 날려 보내는 기도도 한번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