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碩田의 관전평
오늘 새벽에 끝난 잉글랜드와 프랑스 경기를 끝으로 이제 월드컵 4강이 정해졌습니다.
크로아티아, 아르헨티나, 모로코, 프랑스.
지난 한 달 간, 여기까지 오기까지 선수와 관련된, 또는 경기 자체와 관련하여 이야기도 많았고 사연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단일 종목으로 전 세계인을 이렇게 하나의 관심으로 모이게 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한 축구'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4 강, 이제 승부는 그 날의 운에 달려있습니다. 실력은 그저 백지 한 장 차이일 뿐. '누가 더 간절하냐'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밤잠을 설치며 월드컵을 봐 온, 그래도 조기 축구를 꽤나 오래해왔던 사람으로서 평을 하자면, '간절함'으로는 모로코와 크로아티아가 단연 앞서는 듯. 이 두 팀 선수들은 어느 한 명 할것 없이 모두가 간절함으로 똘똘 무장을 하고 있더군요. 그런 면에서, 이 두 나라 중 어느 한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마음입니다.
이제 남은 경기는 딱 4 경기, 두 번의 준결승전과 34위전, 그리고 최종 결승전 한 게임.
어제 어느 일간 신문에 패한 상대팀의 선수에게 다가가 위로하며 포옹을 해 준 선수 사진이 실렸습니다. 그 선수 이름이 모드리치...제가 좋아하는 크로아티아의 10번 선수. 축구를 제일 잘 하는 선수가 아닌가 싶어요.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상대편 선수를 안아주며 위로 했지요. 왜냐하면 같은 팀(레알마드리드) 선수거든요. 월드컵이 끝나면 당장 다음 주말부턴 같은 팀에서 뛰어야 하는 동료니까요. 모드리치는 그런 것까지 볼 줄 아는, 마음도 넓고 축구도 잘 하는, '진짜' 축구 잘 하는 크로아티아 선수입니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에는 손흥민과 같은 팀에서 뛰는 페르시치라는 선수도 있어요. 손흥민에게만 열광하다보니, 우리나라 언론은 흥민이와 포지션이 겹치는 페르시치를 기용하는 토트넘 감독을 막무가내로 안 좋게 기사를 써대는 바람에 엄청 나쁜 놈이 되어 있지만, 이번에 월드컵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잘 하는지...확실히 제 몫을 다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모로코의 선수들은 주전이나 교체선수나 모두 똑같은 실력으로 똘똘 뭉친 전사(戰士) 같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도 '부팔'이라는 선수를 눈여겨 보셔요. 그 표정과 눈빛이 대단해요. 축구 명문 국가 유명한 선수들에게 절대로 주눅 들지 않는 실력은 물론,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눈빛. 아마도 이번 대회에서 부팔이 일 낼 듯해요. 저는 그의 그 자신감 있는 표정과 눈빛에서, 성경 구약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마도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을 대적할 그 때 다윗의 표정이 저런 표정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어젯 밤, 지인과 내기를 했어요. 그 분도 축구라면 일가견이 있는 분인데 포루투칼이 당연히 이긴다고 했고, 저는 모로코 축구가 심상치 않다고 그리고 4강에 그들이 올라가면 좋겠다고 말했지요.
새벽 2시. 경기가 끝난 후 우리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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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역시 4강'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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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수요일과 목요일, 새벽 4시에 준결승 2경기가 하루 걸러 있을거에요.
축구의 진수는 월드컵 8 강전부터입니다. 16강 전은 이변도 있을 수 있고 또 다음 경기를 위해서 로테이션(교체 선수를 뛰게 하면서 주전 선수의 체력을 안배하는 것)을 적용하기도하지만 8강 전부턴 진검 승부거든요. 이제 딱 4 경기 밖에 안 남았습니다. 이 경기들을 '손흥민'이나 대한민국 팀이 없다고 보지 않는 '우(愚)'를 범하지 마시길. ㅎㅎ 그리고 보실 땐, '간절함의 다윗과 거대 자본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프리즘을 끼고 보시면 더 재미있을지도 몰라요. 어떤 승부가 되었든 내 취향에 맞는 팀을 응원하며 관전할 때 재미는 더 있으니까요.
이 월드컵이 끝나고 또 다시 월드컵 경기를 '라이브'로 볼 수 있으려면 4년을 기다려야 하고, 우리 나이는 어느새 '지공선사'가 훨씬 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4년 후에도 만 65세가 되지 않은 분껜 죄송 ㅋㅋ)
지금까지 석전의 조금 장황스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에 대한 관전평(觀戰評)이었습니다.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