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다 타 버린 간밤의 생생한 꿈
간밤에 화재가 나서 집이 다 타버리는 꿈을 너무도 생생하게 꾸다가 알람이 울리는 바람에 깼습니다. 잠에서 깬 후에도 너무도 뚜렷이 기억이 나서 한 장면 한 장면이 멀리 강원도 울진에서 망연자실한 일을 당한 분들의 마음이 오롯이 그대로 전달되어져 오는 듯했습니다. 하얗게 타고 남은 집더미 안에서 두 누이가 자다가 그대로 타 죽은 장면도 봤는데, 그 슬픔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고, 주변 큰 산을 시커멓게 거을리고 모조리 삼켜버린 화재의 규모에 놀란 것만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슬픔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저걸 어떻게 복구해야 할까 걱정이 앞선 걸 보면 저라는 사람은 참으로 인정머리도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며 아침 묵상 시간에 펼쳐 든 성경 말씀이 로마서 8장 26절. '우리가 빌 바를 알지 못할 때 성령께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해서 대신 간구하신다'는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느낌으로 훅 다가왔습니다. 지난 밤, 마치 불꽃놀이 하듯이 붉게 타오르는 산불 광경을 보면서, 여전히 서로를 향해서 삿대질을 하는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오버랩 되면서 참 서글픈 마음이 컸었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에 꿈이 꿔진 듯합니다. 뉴스를 보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기도 제목으로 기도해야 하는지조차 혼란스러운게 사실이었습니다.
TV 뉴스를 통해서 들려오는 산불 소식을 접하며 하루 아침에 집도 잃고 터전도 잃고 또 키우는 소나 개 등 가축을 한꺼번에 잃은 분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아침. 그리고 너무도 생생한 꿈은 바로 그들의 마음을 위해서 기도하라는 성령 하나님의 촉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먼 곳에 있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 누이와 형제라는 사실,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있어야 하는 집이 복구되는 것임을 알려주는 꿈 말입니다.
오늘이 저물기 전에 꿈 속에서 잿더미 주검으로 누워있던 누이에게 안부 전화라도 한번 드려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집 짓기는 오히려 더 수월하다고, 그리고 새로 지을 보험금도 넉넉하다고 희망과 소망의 말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