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시대'를 마감할 때가 된 듯
페이스북에 '2013년 오늘' 내가 쓴 글이라고 올려 준 글을 다시 읽으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인 '연남동'을 생각해 봅니다.
1996년, 연희동에서 연남동으로 이사올 때만 해도 철길을 지나는 화물열차가 지나갈 때면 지진이라도 난 듯 온 동네가 흔들리고 좁은 골목길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 후진(?) 동네였습니다.
그 후, 용산역과 수색역 구간 철길이 폐쇄되고 그 구간으로 경의중앙선이, 그리고 공항철도 강북 구간 지하화 등이 확정되면서 연남동은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서울의 명소 동네가 되었습니다. 펜스로 가리워진 채 건설 공사 기간이 제 기억으로 거의 7, 8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기간 좀 불편했지만 공항 철도가 정식 개통되고 또 지상의 공원이 근사하게 꾸며진 후에는 그간의 불편을 톡톡히 보상 받은 듯 합니다.
한 집 건너 한 집씩 게스트 하우스가 들어서면서 내가 사는 바로 뒷 집에도 게스트 하우스가 문을 열었지요. 그리고 어느 날, 당시 KBS의 신규 프로그램이었던 <인간의 조건> 제작팀들이 장기 체류를 하면서 촬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연남동 홍민이네', '연남동 소심'이라는 말이 인터넷에 검색될 정도로 우리 가족이 방송을 타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때 유명(?)해 진 큰 아들 홍민이는 2년 전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뤄 연남동을 떠났습니다. 인간의 조건 제작팀들이 머물던 게스트 하우스는 그 후 이름을 달리하는 게스트하우스로 몇 차례 바뀌더니 지금은 반려견 호텔로 변신했지요.
그 후 연남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이사 온 지 올해로 벌써 24년..
이제는 조금 덜 번잡한 곳으로 옮겨야 할 때가 온 듯합니다. - 석전(碩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