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해오름 겨울여행 - 운악산, 2015.1.16~17
일 시 ; 2015년 1월 16일~17일(1박2일)
장 소 ;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 184 운악산 자연휴양림 휴양관 A동(구절초, 노루귀) (031)534-6330, 포천 일동 일원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의 삶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대화의 수준이 다 같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인사를 나누고, 날씨를 이야기 하고, 건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수준이 있는가 하면 깊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대화 수준의 단계를 척도로 표시할 수는 없을까?
생명의 전화 소그룹 해오름의 겨울 여행을 떠나기 전, 멀리 캐나다 뱅쿠버에 살고 있는 후배가 보내온 재미난 자료가 있어 소개해 봅니다. 모임에서 진행하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 이 단계 척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러면 우리 모임은 어느 단계에 속하는지, 더 나아가서 어떤 수준의 단계로 우리들의 소그룹을 가꾸어나가 야 할 지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적어도 4단계 이상 수준을 목표로 서로를 다독이며 가꿔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0단계: 단절•폐쇄 수준: 고립, 혼자 있기
1단계: 상투적 인삿말 수준: 스쳐가기
2단계: 일화(gossip): 수다, 잡담, 연예인, 체육인, 정치인 등 3자에 대한 이야기
3단계:생각 수준: 사고, 철학, 논리, 학문, 이데올로기, 인생관 등 머리(이성)의 대화
4단계: 느낌 수준: 감정, 기분, 가슴(감성•마음)의 대화
5단계: 영혼 수준: 영혼•신과의 대화, 종교
지난 해 성탄절 때, 평소하는 것처럼 성탄절 덕담이나 주고 받는 기존의 성탄전야 메시지 대신에, 교황이 본인을 포함한 종교 지도자들이 모인 교황청을 향해 했던 쓴 소리가 생각납니다. 그가 질타한 <교황청의 15가지 질병> 중의 하나가 "가십(Gossip)에 몰두하는 것"이었습니다. 타성에 젖으면 나도 모르게 이런 질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그 증상이 나타나게 되어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인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하루를 보내면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세상의 뉴스 거리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등 가십 거리로 소일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없을 뿐 아니라, 함께 나눌 상대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SNS를 통한 소통과 만남은 넘쳐나지만 생명을 살리는 '진정한 만남'은 갖기가 힘이 드는 가 봅니다. 그 결과 여기 저기에서 외롭다고 호소하는 우울증 환자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지만,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가십이 아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이번 해오름 여행에서 함께 나누었던 글 하나를 소개합니다.
안전거리 안에 있는 사람
사람들은 미래의 불행에 대비하여 이런 저런 보험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정작 어려울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가까운 사람에게는 ‘보험’을 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때 마음을 의지할 수 있은 사람이 가까이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이제라도 보험에 들어야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은 소용이 없습니다. 이웃 사촌이라는 말도 이래서 생겼습니다. 손을 쭉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 거리를 환경 심리학에서는 “안전거리” 또는 “개인공간(Personal space)”이라고 합니다. 안전 거리 안에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론에 따르면 “안전거리” 안에 내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그 수(N)의 제곱에 비례해서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반면, 안전거리 안에 믿을 사람이 없으면 더없이 외로워집니다. 그래서 안전거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는 더 많은 상처를 주고 아픕니다.
생명보험도 건강할 때 미리 가입해두어야 하는 것처럼, 사람에 드는 보험도 평소에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래 납입할수록 보험금 수령액이 많은 것처럼 사람에게 드는 보험도 꼬박꼬박 규칙적으로 오래 보험료를 내야 합니다. 그 보험료는 따뜻한 눈길일 수도 있고, 친절한 한 마디 칭찬의 말일 수도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평소에 내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돌아 볼 일입니다. 주중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다면 주말에라도 안전 거리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내는 방법을 연구해보시기 바랍니다.
내 말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들어주고, 또 어떤 이야기든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들에게 들어 놓은 ‘사람의 보험’이야 말로 가장 혜택이 큰 소중한 보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