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4: 6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4:6)
11월 셋째 주였던 지난 주일은 기독교회가 추수감사절로 지키는 주일이었습니다. 교회마다 감사절과 관련된 설교들이 선포되었고 우리가 이 땅을 살아가면서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감사를 표현해야 하는 지에 대한 메시지들이 울려 퍼졌습니다. 이렇게 매년 맞이하는 추수감사절이지만, 올 해 저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빌립보서 4장 6절의 말씀은 아마도 교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애송되는 성경 구절일 것입니다. 물론 저도 어릴적부터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이 성경구절을 참 좋아했습니다. 또 어려운 일이나 염려하고 근심할 수 밖에 없는 삶의 상황을 만날 때면, 어김없이 이 성경 구절을 묵상하면서 힘을 얻었으니까요. 올 해의 추수 감사절이 저에게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평소에 너무나도 잘 알고 애송했던 성경 구절이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특별히 큰 글자로 다가온 부분은 "감사함으로"라는 표현이었습니다. '무슨 일을 만나거든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응답하시리라'는 요지로 저는 평소에 이 말씀을 받아들이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구절을 읽을 때면, 내가 하나님께 열심히 뭔가를 아뢰기만 하면 하나님은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나를 위해서 응답해 주시는 나의 '후원자' 로 생각했습니다. 구할 것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 그것은 나의 몫이고 하나님은 그 구하는 것에 응답하는 것이 하나님의 몫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성경 구절로 이해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또 나의 후원자이신 하나님께 마음을 내려 놓고 맘껏 투정을 부려야 할 기도제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예전과 같이 이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감사함으로"라는 표현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습니디ㅏ. "감사함으로?"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감사해야 할 게 뭐지? 사실 저는 최근에 내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지금 왜 이런 문제가 내게, 아니 우리 가정에 일어났는가'를 원망 반 염려 반으로 투정을 부리고 있는데, 하나님은 내게 '감사함으로' 아뢰라고 말씀하는 것이었습니다. 감사? 이 상황에서 감사가 가능하나?
자꾸만 이런 생각만 하고 있는데, 문득 그래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 무슨 이유가 있을꺼야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순간 놀랍게도 하나님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저에게 말씀해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얼마나 급하셨으면 이런 일을 있게 하셔서, 그동안 복음에 선명하게 헌신하지 못했던 나와 우리 가정을 불러주시는 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사랑(계2:4)을 잊어버려 냉냉해져 버린 나를 부르셔서 더욱 확실하게 바로 서도록 나를 인도하시고 또 우리 가정을 인도하시려고 하는 하나님의 다급한 마음이 느껴지자 지금까지 답답함과 원망으로 가득찼던 마음이 감사함으로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사함의 가장 깊은 원천은, 다름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계셔서 만물을 붙들고 계시는 하나님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나는 아무 공로 없고 또 하나님께 보일 것 없지만, 하나님은 일방적으로 지금도 나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말씀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그것이 은혜요 복음이라는 것을 말씀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살아계신 나의 주님은 내가 만나는 삶의 모든 사건 그 이면에서 이미 일을 하고 계셨으며 그 일을 통해서 주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다급하게 원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가 기도하는 대상인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신 전능자요, 또 나를 사랑하셔서 독생자까지도 아끼지 않으신 사랑의 아버지라면, 내가 뭘 염려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생각이 이렇게 바뀌고 나니 그동안 하나님께 달라고만 했던 기도들이 차원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바울 사도가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고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깨달아지면서 놀라운 평안함과 평강이 넘쳤습니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눈에 보이는 현상을 보고 불안해하거나 염려하면서 허덕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께서 보이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일하시는 것을 믿음의 눈으로 보는 것이 바로 '감사함으로 아뢰는 것'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올 해 추수 감사절에 주께서 주신 특별한 말씀은 제게 살아있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다가왔습니다. 감사함으로 아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하는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도록 하신 주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나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심이라...아멘